[옴부즈맨 칼럼] 분석 미흡한 북 총격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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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주 중앙일보는 세 차례의 사설(11월 26.28.30일)과 여러 기사로 북한 및 통일 관련 이슈를 다루는 등 북한과 통일 문제에 적잖은 비중을 두었다.

이는 우선 북한이 이 기간에 새로운 이슈들을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장관급 회담(11월 9~14일)에 앞서 장소 변경을 요구하다 결국 회담을 결렬로 몰고 간 데 이어 이번에는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우리측 초소(GP) 벙커를 향해 3발의 기관총 총격을 가했다.

GP 벙커의 유리창이 파손될 정도로 정조준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도적인 총격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6.15 공동선언 실천을 연일 강조해오던 북한이 전혀 다른 방향의 행동을 벌인 것이다.

북한이 남한을 향해 총격을 한 시간은 11월 27일 오전 10시42분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장관급 회담이 결렬되고 총격사건까지 발발한 뒤 金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실망했다고까지 발언했다. 북한의 총격이 金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최근의 북한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점을 고려한다면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중앙일보가 북한의 총격사건을 1면 머리기사로 크게 보도하면서도(28일) 총격 의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이번 총격은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의 대남 태도에 비하면 큰 변화임에 틀림없는데 분석이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중앙일보는 매주 한 차례씩 전면으로 '신남북시대'를 싣는다. 지난주에는 '북은 지금 수확분배 한창'을 머리기사로 냈다. 내용은 '최근 몇 년간 농사가 잘 안돼 분배량이 내핍생활을 해야 겨우 1년을 버틸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기사에 물린 사진은 농민들이 고운 옷을 입고 웃는 얼굴로 덩실덩실 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기사와 사진이 어울리지 않는 사례로 보인다.

같은 면에 실린 '日 적군파 北서 추방說'은 뉴욕테러와 관련한 북한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기사였다.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미 대사관 관계자에게까지 물어보는 등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북한이 미국의 다음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뉴욕 타임스 기사를 '美 다음 표적 北韓 될 수도'라고 11월 27일 2면에 싣고,5면에는 해설 기사를 붙였다. 남한의 여론을 떠보기 위한 것으로도 보이는 이 기사는 섬뜩한 느낌마저 주는데, 이런 사안은 좀더 조심스럽게 다루는 게 좋지 않을까.

29일자 오피니언난의 칼럼 '정당 민주화 계기 삼자'는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총재직을 사퇴한 국면에 맞춰 정당 민주화 풍토를 만들기 위해 민주당이 대통령후보를 밑으로부터의 예비선거 방식으로 뽑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매우 돋보이는 대안을 제시한 칼럼이었다.

공교롭게도 다음날인 30일에 '여 차기후보 미국식 예비경선 검토'기사가 실렸다. 민주당 발전.쇄신특별위원장이 "정당 사상 처음으로 차기 대선후보 선출시 미국에서 실시되는 예비경선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중앙일보의 칼럼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좋은 칼럼은 단순히 비난과 지적만 하기보다 대안까지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 칼럼이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 인권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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