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금융위기에 잘 대응한 한국의 경제적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도 개최한다. 그러나 교통문화는 아직 후진국 수준이다. 한국의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2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4명의 두 배가 넘는다. 교통 선진국인 일본(0.8), 독일(0.9), 호주(1.1), 프랑스(1.2)와의 격차는 더 크다. 정부가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를 국정지표로 내세울 정도다. 선진국의 교통 관계자들은 “모두가 합의해 만든 사회적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어린이에게 가르치는 것이 교통 교육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교통문화가 곧 국격(國格)’이라는 그들의 의식을 잘 보여준다. 본지는 어린이 교통문화를 시작으로 5회에 걸쳐 ‘교통문화가 국격을 좌우한다’ 시리즈를 싣는다.
프랑스의 어린이 교통안전 민간단체인 아나텝(Anateep)이 파리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사고가 난 버스에서 안전하게 빠져나오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경찰·시민단체 등이 연계해 학생들에게 교통안전 교육을 시킨 뒤 증명서를 발급해 준다. [아나텝 제공]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의 어린이(14세 이하) 교통사고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2.3명’이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평균은 1.6명이다. 프랑스는 1.5명이다. 국내에서 사망한 어린이 중 대다수는 걷다가 사고를 당했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린이는 모두 154명이다. 이 중 62%인 96명이 보행 중 사망했다.
어린이 보행자 사고가 많은 한국의 현실을 볼 때 프랑스의 교통 교육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파리경찰청 교통안전국 알렉스 푸샤 교육팀장은 “어린이는 잠재적인 운전자다.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나중에 운전을 할 때도 안전을 지키는 습관이 몸에 배게 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자전거 면허’를 발급한다. 독일의 학교법에 따르면 어린이는 8세부터 10세까지 인도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고, 그 이후에는 도로에서만 자전거를 타야 한다. 그때부터는 지역교통협회가 발급하는 면허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면허를 딸 수 있으며, 반드시 경찰관에게 자전거 안전교육을 받은 뒤 경찰관 입회하에 시험을 봐야 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손주현 선임연구원은 “선진국에서는 ‘교통질서 교육’을 시민의 일원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밟아야 할 절차로 생각한다”며 “법질서와 약속을 지키는 문화를 배워가는 것이 교통 교육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호주·일본·프랑스·독일=김상진·강인식·김진경 기자 kangi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