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5·18? 조선시대 일 아닌가 …” 현실 안타까워 ‘민주화 교과서’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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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놀랍게도 5·18을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일로 아는 아이들도 있어요. 참 안타까워요.”

광주광역시에서 초·중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고 있는 학원강사의 말이다. 5·18기념재단(이사장 윤광장)이 지난해 2월 ‘5·18 민주화운동’ 교과서를 만든 이유다. 교사와 대학교수 등이 수개월 동안 집필·검토·감수하고, 광주시교육청의 인정을 거쳤다.

광주시교육청은 이 교과서를 지난해 일부 학교에 시범 보급한 데 이어 올해 처음으로 모든 초·중·고교에 보급했다. 학교에서는 재량활동 시간에 관련 수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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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는 ‘1980년 5월, 빛고을 광주에서 부당한 국가 권력에 의해 시민들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비극이 벌어졌단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해 5월 17~27일 11일간의 항쟁 과정에 대해서는 ▶학생·시민들의 민주화를 위한 외침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 ▶자유를 위한 저항 ▶저항 속의 광주 ▶계엄군 철수 후 자치공동체 형성 ▶최후의 항쟁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또 80년 이후 많은 사람이 목숨까지 바치며 5·18의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87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나고, 88년 국회에서 진상 규명 청문회가 열린 사실을 담고 있다.

5·18 이후 민주화 운동이 야당 정치인이나 재야 지식인, 대학생에서 노동자·농민·도시빈민으로까지 확산된 점도 기록하고 있다. 또 5·18 정신을 민주·인권·평화·공동체 정신으로 요약했다.

교과서는 5·18이 개발독재 속에 부패해 가던 아시아 각국의 민주·인권·평화운동에 자극제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86년 2월 필리핀에서는 피플 파워가 마르코스 대통령의 장기 독재를 무너뜨렸고, 91년 태국에서는 5월 시민혁명이 일어나 쿠데타로 집권한 쑤찐다 총리와 군부를 퇴진시키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교과서는 ‘1980년 광주에서 있었던 신군부의 만행은 광주 시민들에게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었지만, 광주 시민들은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민주주의가, 인권이, 평화가 얼마가 소중한 가치인지를 일깨워 주었으며 지금 현재도 탄압받고 있는 많은 지구촌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단다’로 끝을 맺는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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