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 촉진, 체지방 관리 … ‘인공지능 신발’ 머잖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한국의 신발산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17일 신발산업진흥센터에 따르면 세계 3대 브랜드(나이키·아디다스·리복) 신발의 20%를 한국계 공장이 생산하고 있다. 태광·창신 등의 업체가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 공장에서 3대 브랜드를 주문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회사는 한국에 개발공장을 두고 인건비가 낮은 해외에서 일반 신발을 생산한다. 이는 한국 내 제조공장의 빠른 해외 이전으로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대신 고가 신발과 부품은 주로 부산의 하청업체에서 생산한다. 3대 브랜드의 생산 1위는 70%를 차지하는 대만이다. 

국내 신발제조업은 외국 대기업처럼 제조사가 아닌 도소매업과 브랜드사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통계청에 제조업이 아닌, 나이키 등과 마찬가지로 도소매업으로 등록해 유통·판매에 전념하고 생산은 하청업체에 맡기는 식이다. 이는 선진화된 방식으로 평가된다. 신발 도소매업의 성장세는 나이키·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과 유사한 연평균 10%나 된다.

 국내 브랜드인 르까프·프로스펙스 등은 유럽 브랜드의 한국 진출에도 기죽지 않고 국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소재·인력·인프라가 풍부해 특수 기능화 개발기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2006년 이후 MBT, RYN, MS Zone, Stafild 등의 제품이 급속도로 국내 기능성 워킹화시장을 차지한 것이다. 현재 기능성 신발브랜드만 40여 개에 이른다. 특히 밑창이 둥근 기능화는 세계 시장의 80%를 한국 제품이 차지할 정도다.

신발산업진흥센터 정병철(35)지원과장은 “기능성 신발의 국내 시장규모는 2009년 3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올해 6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로스펙스의 더블유(W), 르까프의 닥터 세로톤 같은 신제품과 굴림형 워킹화, 스포츠 워킹화 같은 파생형 제품 생산도 확대될 전망이다. 수출 증대도 기대된다.

세계 3대 브랜드가 세계 신발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학산이 만드는 배드민턴·테니스화 ‘비트로’가 국내시장 1, 2위를 다투는 점도 고무적인 일이다. 등산화 분야에서는 트렉스타가 중국·일본에서 각각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권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신발산업은 미래 트렌드 제품 개발을 주도할 전망이다. 첨단 IT와 신발을 접목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신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세계 고급 신발시장 규모가 2000억 달러임을 감안, 국내 업체가 3~5년 안에 전체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의 신발은 사용자의 신체조건에 근거해 산출되는 각종 정보를 통해 자신의 운동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신발, 발을 통한 물리적 자극과 전기적 자극을 통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고 인체의 발목과 관절 부위에 존재하는 성장판을 자극하는 원리의 신발, 전열판과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해 보온을 해주는 신발 등을 들 수 있다.

품질 경쟁력을 갖고 있음에도 국내 업체의 신발 수출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환율과 가격 경쟁력 등 다양한 변수 때문이다. 완제품보다 신발부품 수출이 많은 것은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국내에서 생산된 고급 부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2009년의 경우 중국 돈 가치가 올라 중국에서 제조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국내 제조가 늘어나는 등 역전현상이 생겨 수출이 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그만큼 국내 매출은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