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가락 농수산시장 욕먹인 얄팍한 상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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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주말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꽃게 1㎏을 샀다.냉동꽃게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다는 최근의 보도가 생각나 살아있는 꽃게를 택했다. 값이 냉동꽃게보다 두 배나 비쌌다.

그런데 상인은 고를 기회도 주지 않고 곧바로 세 마리를 저울에 달아 비닐에 포장하는 게 아닌가. 내가 "직접 고르고 싶다"고 하자 그는 "그래 봐야 똑같다"며 퉁명스럽게 대했다.

집에 돌아와 요리를 하려고 포장을 풀었더니 한 마리만 살아있었다. 나머지 두 마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집으로 오는 약 15분 동안 죽었거니 생각하고 조리를 했다.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꽃게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불쾌감이 들고 짜증이 났다.

죽은 꽃게 두 마리는 맛이 변해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아이는 변질된 꽃게인지도 모르고 먹다가 일부를 남겼다. 살아있는 꽃게와 죽은 꽃게를 섞어 파는 얄팍한 상혼에 주말 밥상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여지없이 깨졌다. 나는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동양 최대 규모라는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소비자를 우롱하는 상인의 못된 행위는 뿌리뽑아야 한다. 이 시장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호객하거나 불량 저울을 사용하는 등의 행위로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고 들었다.

이번에 꽃게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부도덕한 상행위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을 알게 돼 씁쓸하기 그지 없다. 농수산물시장측은 소비자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진.서울 광진구 중곡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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