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지" "반대" 찬반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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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내 출판.서점계가 다시 도서정가제 문제로 들끓고 있다. 최근 정기국회에 의원입법된 '출판 및 인쇄 진흥법안'의 '발행 1년 미만 도서의 10% 할인한도제'조항을 놓고 찬성하는 오프라인 쪽과 반대하는 온라인 서점 간의 힘겨루기 양상이다. 서로 법안 찬성, 또는 반대를 위해 국민 서명을 받겠다고 나선 상태다.

이는 새로운 기술과 유통체제의 도입으로 인한 갈등으로도 볼 수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이르면 이번 주 내에 공청회를 개최해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공청회에서 뜨겁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견대립에 앞서 국내 중소형 서점의 이익을 대변해 온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이창연 회장과 인터넷 서점 알라딘 조유식 대표의 기고를 통해 문제를 점검해 본다.

*** 찬성

이창연<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는 최근까지 도서가격의 할인을 일절 용납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러나 올 정기국회에 상정된 '출판 및 인쇄진흥법'의 '출간된 지 1년 이내의 책은 10% 내에서 할인할 수 있다'는 조항은 수용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서점을 비롯한 출판.서점계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제도나 법이든 국민과 국가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한 후 결정해야 한다.

도서정가제는 소비자(독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출판문화산업을 발전시키며, 국가경제에도 유익한 제도다. 이러한 제도가 온라인 서점들의 상업주의적 사고에 의해 흔들리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번에 상정된 법률안은 출판문화 산업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도서정가제를 폐지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가격 경쟁으로 인하여 책값이 오르고 영세출판사.서점이 몰락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신인 저자의 등장과 양서의 출판이 어려워져 문화 후퇴현상이 야기되리라는 점이다.

우리 출판계의 오랜 경험과 외국의 사례에서 그 교훈을 찾아 볼 수 있다. 싼 가격이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고 하나, 이는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시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많은 서점이 문을 닫으면 주민의 도서관 역할을 해온 문화공간이 사라지게 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4백여개의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으나, 장서 규모가 빈약할 뿐 아니라 이용하려는 국민의 10분의1도 수용할 수 없다. 더욱이 국가나 자치단체의 예산 사정으로 인해 이를 해소하는 것은 요원한 실정이다.

도서관의 열악한 기능을 전국의 많은 서점이 보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1970년대 중반까지 가격 경쟁 시대를 통해 책의 가격 경쟁은 그 누구에게도 생산적이지 않다는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전국 서점인의 생존권 차원을 넘어 한국의 출판문화 퇴조를 우려하면서,이미 상정된 '출판 및 인쇄진흥법'에 포함된 건전한 도서유통을 위한 도서정가제가 인정되어 빛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갈망한다.

*** 반대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는 최근까지 도서가격의 할인을 일절 용납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러나 올 정기국회에 상정된 '출판 및 인쇄진흥법'의 '출간된 지 1년 이내의 책은 10% 내에서 할인할 수 있다'는 조항은 수용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서점을 비롯한 출판.서점계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제도나 법이든 국민과 국가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한 후 결정해야 한다.

도서정가제는 소비자(독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출판문화산업을 발전시키며, 국가경제에도 유익한 제도다. 이러한 제도가 온라인 서점들의 상업주의적 사고에 의해 흔들리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번에 상정된 법률안은 출판문화 산업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도서정가제를 폐지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가격 경쟁으로 인하여 책값이 오르고 영세출판사.서점이 몰락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신인 저자의 등장과 양서의 출판이 어려워져 문화 후퇴현상이 야기되리라는 점이다.

우리 출판계의 오랜 경험과 외국의 사례에서 그 교훈을 찾아 볼 수 있다. 싼 가격이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고 하나, 이는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시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많은 서점이 문을 닫으면 주민의 도서관 역할을 해온 문화공간이 사라지게 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4백여개의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으나, 장서 규모가 빈약할 뿐 아니라 이용하려는 국민의 10분의1도 수용할 수 없다. 더욱이 국가나 자치단체의 예산 사정으로 인해 이를 해소하는 것은 요원한 실정이다.

도서관의 열악한 기능을 전국의 많은 서점이 보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1970년대 중반까지 가격 경쟁 시대를 통해 책의 가격 경쟁은 그 누구에게도 생산적이지 않다는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전국 서점인의 생존권 차원을 넘어 한국의 출판문화 퇴조를 우려하면서,이미 상정된 '출판 및 인쇄진흥법'에 포함된 건전한 도서유통을 위한 도서정가제가 인정되어 빛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갈망한다.

*** 반대

조유식<인터넷 서점 알라딘 대표>

"인터넷 서점이 생긴 후 책 구입량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최소 5배 이상 될 것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인터넷 서점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책을 소개하고 판매한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인터넷 서점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도서정가제를 지킬 것인가, 인터넷 서점을 지킬 것인가 양자택일을 하라면 전 두말없이 인터넷 서점을 지키는 쪽입니다."

"그냥 내 경우만 얘기하겠다. 일년에 단행본만 15권쯤 산다. 인터넷 서점을 알고부터 30권 넘게 사고 있다. 바빠서 서점에 자주 못 가는 편이고 서점에 가도 원하는 책을 찾으려면 다리품을 꽤 팔아야 했다. 인터넷으로 사니 가격이 싸서 좋고 편하게 원하는 책을 고를 수 있어 한결 좋다."

한 인터넷신문에 실린 도서정가제에 관한 독자의견이다. 인터넷 서점의 할인판매는 남의 치즈를 뺏기보다는 치즈 총량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할인판매 제한을 주장하는 분들은 인터넷서점이 동네서점의 치즈를 빼앗아 갔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통계를 보면 동네 서점의 급격한 퇴조는 인터넷서점이 등장하기 몇 해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더구나 동네 서점과 인터넷 서점은 시장이 별로 겹치지 않는다. 동네 서점에서는 중.고생 참고서와 잡지가 매출의 절반을 훨씬 넘어서는데,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런 책들이 별로 팔리지 않는다. 동네서점의 퇴조 원인은 더 많은 책을 고를 수 있는 중.대형 서점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데 있다.

인터넷 서점의 할인판매는 출판사에도 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책이 팔렸으며, 오프라인 서점과 달리 어음이 아니라 현금으로 결제하여 출판유통 안정화에 기여했다. 싸게 파니까 싸게 달라고 출판사에 떼쓰지도 않았다. 인터넷 서점의 할인판매는 각고의 노력으로 자체 유통비용을 절감한 결과지 출판사에 갈 치즈를 빼앗은 결과가 아니다.

이제는 시장에서 치즈를 옮기는 힘이 소비자에게 있다. 소비자를 계도하려 들면 치즈를 지키기 힘든 시대다. 결국 영화나 음반 같은 다른 문화상품들이 그 치즈를 가져갈 것이다. 책의 밝은 미래를 원한다면 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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