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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의 나라' 사이버 전령사들 활약 눈부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인터넷 뮤지컬 도우미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사이버 공간의 각종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뮤지컬에도 이들의 눈길이 미치고 있다. 동호회는 프리챌의 '송 앤드 댄스'를 비롯해 다음의 '웰컴 투 브로드웨이', 유니텔의 '무대 위의 소인국' 등 1천여개가 넘는다.'웰컴 투 브로드웨이'는 회원이 5천명이 넘는 매머드급이다.

그러자 이들을 적극적으로 홍보.마케팅에 끌어들이는 경우도 생겼다. 서울예술단(대표 신선희)이 12월 말 선보일 창작 뮤지컬 '바람의 나라'가 대표적이다. 서울예술단은 지난달 말 인터넷 공연관련 동호회에 "모니터 요원을 모집한다"는 메일을 띄웠다.

현장 스케치에 목말라하던 7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7대1의 경쟁률을 뚫고 열한명이 뽑혔다. 이들을 총괄하는 웹PD를 '미성바람' 이미성이 맡았다. 이씨는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뮤지컬을 공부했으며,

지금은 뮤지컬 전문 인터넷 방송(http://www.iotv.net)의 '날마다 뮤지컬 세상'의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는 매니어다.

"이런 기회가 저에게 찾아오다니.'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했죠. 그저 공연이나 보고 밖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댔는데 현장을 경험할 기회를 잡다니, '왔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열한명의 도우미, 일명 '바람의 전령사'들은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에 따라 역할을 나눴다. 연출자(김광보) 인터뷰는 국내 최초의 여성 뮤지컬 연출가가 꿈인 '바닷바람' 방인애(외대 서반아어과)가, 배우(유희성).안무(안애순)의 인터뷰는 뮤지컬 배우가 꿈인 '바람의 딸' 정슬(국악예고1)이 맡았다.

이들은 일을 마치는대로 홈페이지(http://www.musicalbaram.co.kr)에 취재한 내용을 띄웠다.

"왜 TV에서도 연예인의 현장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그런데 한결같이 예쁘고 정리된 느낌으로 화면에 비쳤는데, 뮤지컬 현장은 장난이 아니었어요. 다 닳아빠진 연습복은 땀에 절을 대로 절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화장을 너무나 예쁘게 하고 있는 거예요. 험한 연습에서도 얼굴은 가꾸고 싶어하는 모습, 그게 배우의 속마음이란 걸 알았지요."

막내 정슬의 당돌한 체험기다. 여고 1학년 때 연극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고 너무 감동한 나머지 주인공과 얼싸안고 울었다는 '신바람' 김경남(하누산업 웹디자이너)은 "다 된 작품의 환상 뒤에 숨겨져 있는 연출.배우들의 치열한 노력에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봄바람' 박세기(KIST 반도체실 연구원)는 바람의 전령사 중 청일점으로 공학도다. 맡은 역할은 사진찍기다. 웹상에서 공연 관련 디지털 사진으로 홍보하는 일이다.

뮤지컬 스타 '경주(남경주)오빠'에게 반한 '미스 바람'도 있다. 최선희(홍대 교육학과)는 "만화와 인터넷 게임으로 이미 유명한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데 매력을 느꼈어요."

지금 바람의 전령사들은 동영상으로 메이킹 필름 만들기에 한창이다. 이미성씨는 "'생업'을 마치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며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니 즐겁다"고 말했다.

최선희가 말하는 우리 뮤지컬의 문제점과 주문사항이다. "주마간산이나마 현장을 보니 연출 등 스태프의 전문화가 빨리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뮤지컬은 음악을 많이 알아야하잖아요. 전문 공연장도 생겼으면 좋겠구요. 우리들이 온라인에서 팬 관리는 책임질테니 좋은 작품 많이 만들어주세요. 파이팅!"

실제로 사이버 파워가 흥행의 촉매가 된 사례 하나.'베사모'란 게 있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줄임말이다. '베르테르'는 홍보는 물론 공연장 자원봉사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도움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로테'란 이름의 홈페이지도 갖게 된 여주인공 김선경은 "사이버 파워가 그렇게 센 줄 몰랐다"며 "이제 컴맹도 탈출했다"고 즐거워했다.

글=정재왈.사진=강정현 기자

*** 원작 만화 16권 그 후의 이야기

서울예술단의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의 로미오 호동과 낙랑의 줄리엣 사비(낙랑공주)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다.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랄까.

김진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만화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16권이 나왔다. 이번 뮤지컬은 16권 이후의 이야기다. 음악은 '난타''록 햄릿' 등을 만든 이동준이, 연출은 뮤지컬 데뷔작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깔끔한 솜씨를 보여준 김광보가 맡았다.

각각 하드록과 R&B의 실력파 가수 박완규.박화요비가 뮤지컬로 데뷔하며, 송영두.안근호.김선영 등 서울예술단 간판들이 총 출동한다.

고구려.낙랑.한(漢)이 삼각 대치하던 먼 옛날. 삼국은 결혼을 정치적인 수단으로 활용해 이권을 챙기려 한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비극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12월 29일부터 2002년 1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23-09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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