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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포로 600명 사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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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프가니스탄 북부도시 마자르 이 샤리프 인근의 탈레반 자원병 포로수용소에서 발생한 25일 폭동과 관련,수용돼 있던 6백명이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통신은 미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수용돼 있던 자원병 포로 전원이 거의 사망한 것 같다"며 이같이 전했다. 외신들은 "수용소 내 남은 자원병들이 이틀째 로켓포를 쏘며 저항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폭동 진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며 사망자의 다수가 미국이 동원한 전투기의 공격에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과잉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 폭동 전말=마자르 이 샤리프에서 서쪽으로 15㎞ 떨어진 칼라이 장히 수용소에서 폭동이 벌어진 시간은 25일 오전 11시.북부동맹측은 "외국인 자원병들이 투항할 당시 무기를 옷 속에 감춰 수용소 안으로 밀반입했다"고 주장했다.

포로들은 수류탄을 터뜨려 북부동맹 지휘관을 살해한 후 경비병들을 무장해제하고 탈출을 시도했다.북부동맹은 한때 포로들의 기세에 눌려 퇴각했으나 이 지역을 수비하는 라시드 도스툼 장군은 몇시간 후 탱크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병력 5백명을 동원해 폭동 진압에 나섰다.

이와 동시에 미군 전투기의 공습도 시작됐다.북부동맹과 미군은 이날 오후 6시쯤 폭동이 진압됐다고 밝혔으나 26일에도 총성은 멈추지 않고 있다.

◇ CIA개입 의혹=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관리는 "폭동 과정에서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부상했다"고 폭로해 이번 수용소 폭동에 CIA가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으나 CIA는 논평을 거부했다. 또 폭동 당시 수용소에 있던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통신원은 "미군 특수부대원 한명이 사망했으며 또 다른 한명은 수용소 안에 갇혀 있다"고 증언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 사망 보도를 즉각 부인했으나 독일 ARD-TV는 데이비드라고 신원을 밝힌 미군이 "최소 한명의 미군이 숨졌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방영해 미국이 일부 진실을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빅토리아 클라크 미 국방부 대변인은 26일 이번 폭동 진압 과정에서 5명의 미군병사가 부상했다고 밝혔다.

◇ 처리 전망=1만~1만5천명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자원병은 미국과 북부동맹,출신국 모두에 골칫거리다.각국의 입장도 달라 이들의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북부동맹은 "외국인 자원병들에게는 항복 아니면 죽음뿐"이라면서 귀국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부르하누딘 라바니 북부동맹 대통령이 25일 "자원병들을 유엔으로 인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들에 대한 보복살해 위협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극단적 원리주의자들인 외국인 자원병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벗어날 경우 다시 테러조직화할 우려가 있다며 석방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이들을 법정에 세우는 문제도 간단치 않아 이번 폭동이 외국인 자원병 '제거'를 위한 모종의 음모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안혜리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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