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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언론법 철회하고 언론은 개혁위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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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26일 한국언론재단 연수센터에서 열린 '언론법 개·제정에 관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신문법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국언론학회(회장 이창근)가 26일 오후 한국언론재단 연수센터에서 '언론법 개.제정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여당의 신문법안 등을 놓고 찬반 의견이 맞선 가운데 학계가 갈등을 조정하고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난상토론을 위해 다양한 시각의 학자.정치인들이 초청됐다.

◆ 언론관련법, 어떤 철학으로 볼 건가=발표자들은 여당의 신문법안이 '준비 부족'이라는 점엔 큰 이견이 없었다. 제한할 시장 점유율의 정확한 근거, 편집위원회 권한과 역할 등에 관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언론관련법의 전체적 방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방정배(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민주주의는 다원성을 기초로 하며, 독과점 등 '시장의 실패'를 극복하려는 정부 개입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한 예로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입법은 지방 중소언론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상원(고려대 언론학부) 명예교수는 "(정부의) 외적 간섭을 제도화하는 여당 법안은 언론자유라는 명제에 반한다"고 단언했다. 임 교수는 "법안은 일부 신문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뒤 백마 탄 왕자가 구원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구원의 손'이 거짓임은 1980년대 언론기본법에서 입증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강명구(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상호 헐뜯기를 중단하고 민주적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대타협'을 제안했다. 그는 여당은 언론법을 철회하고 언론사는 언론전쟁의 종식을 선언한 뒤 신문업계.학계.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언론개혁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단 정권의 이해를 넘어서기 위해 위원회 활동은 차기 정부까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개혁의 주체는 기자여야 한다"며 "정부는 설계사 역할에 머물러야지 정치 권력이 언론을 개혁한다고 나설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신문법, 대안은 무엇인가=신문법 발제에 나선 문종대(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전체 가구(구독 가구가 아닌)대 신문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대상 시장이 명확해지고 구독자가 줄어가는 신문 현실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의 광고비율을 50%로 제한하는 부분은 "광고도 정보라고 볼 때 다소 무리가 있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토론자들은 신문법의 취지와 방향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은 "만발한 언론자유에 걸맞게 신문이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편집권 독립 방안을 제도화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영호 언론개혁국민행동 대표는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제기해 온 개혁 과제를 '족벌 신문 겨냥'이나 '정권 코드 맞추기'로 모는 건 음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커져만 가는 방송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독과점 규제는 TV에 맞추는 것이 당연하다"며 "국민이 일부 신문에 의존해 의사를 결정한다고 말하는 건 국민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영철(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의견 다양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전제한 뒤 "방송.인터넷 등을 통한 의견표출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신문의 여론 독과점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완(단국대 법학과)교수는 "독과점이 존재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해소 방법은 가장 피해가 적은 수단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방송법은=발제자인 정윤식(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편성위원회 설치는 노조 등의 힘이 과도하게 행사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경우 세계에서도 유례없을 정도로 공영방송 수가 많다며, 인수합병(M&A)을 통해 그 수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문의 지상파방송 겸영은 시기상조이나 뉴미디어에서의 보도채널은 개방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재영(충남대 언론정보학과)교수는 "방송편성위원회에 대해 발제자가 지나친 기우를 하고 있다"며 "이젠 정치권력보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복.이지영 기자 <jizh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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