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버섯상자에 맹독 농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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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납이 든 갈치.꽃게와 세균에 오염된 가공식품 등 중국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중국산 버섯 상자에서도 인체에 치명적인 맹독성 농약이 잇따라 발견됐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인천의 한 보세창고에 보관 중이던 중국산 목이(木耳)버섯(잡채.탕수육 등에 많이 쓰이는 검은 버섯) 상자에서 고독성 농약인 '알루미늄 포스파이드'가 든 종이봉지가 발견돼 1천8백㎏ 전량에 대해 수입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식의약청 경인청 관계자는 "H사가 수입한 중국산 목이버섯 상자에서 흰색 가루가 든 엄지손가락 두개 크기의 보라색 종이뭉치가 발견돼 확인해 보니 알루미늄 포스파이드였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포스파이드는 흔히 사용되지는 않지만 밀폐 공간에서 흡입하면 생명을 잃을 정도의 맹독성 농약이다.

이 관계자는 "알루미늄 포스파이드는 휘발성이 강해 종이에 쌌더라도 그 독성이 버섯에 흡수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포스파이드가 든 버섯상자가 발견된 것은 지난 8월 이후 세번째로 지금까지 6천3백10㎏의 중국산 목이버섯이 파기되거나 반송됐다.

8월 8일에는 인천 G보세창고에서 T사가 수입한 10㎏들이 목이버섯 상자 2백95개(2천9백50㎏)에서 휴지에 싸인 알루미늄 포스파이드가 발견됐으며, 그로부터 1주일 후 부산에서도 또 다른 H사가 수입한 1천5백60㎏에서 같은 농약봉지가 나왔다.

식의약청은 알루미늄 포스파이드가 일반 농민은 사용하지 않고 밀폐된 장소에서 소독.살균용으로 쓰이는 점으로 미뤄 수입업자나 수출업자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한편 식의약청은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안이 높아짐에 따라 중국 현지에서 농산물 재배 상황과 가공시설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알루미늄 포스파이드=코를 쏘는 독한 냄새의 흰색 분말. 국제화학물질안전성프로그램(IPCS)에 따르면 이 농약을 흡입하면 복통.두통.호흡곤란 등이 오고 피부나 눈이 벌개지거나 통증이 생긴다. 삼키면 복통.구토.경련.의식불명 등을 일으킬 수 있다.

◇ 목이버섯=중국산 목이버섯은 국산에 비해 작으며 갓 앞면이 연한 흑색(국산은 진한 흑색)이고 주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3백87t이 수입됐는데 이중 97%가 중국산이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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