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씨 로비에 얼마 썼나] '1백억설' 낭설 아닐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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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진승현(陳承鉉)씨가 지난해 4.13 총선 때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모두 수십억원을 선거자금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陳씨가 만든 비자금과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한 로비자금의 규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나라당 임진출(林鎭出)의원은 "금융감독원 관계자로부터 '陳씨와 한스종금 申인철 사장이 1백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陳씨의 로비자금 규모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해 수사를 했으나 실체가 없는 의혹으로 드러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 사용처가 불분명한 자금 40억원=지난해 검찰 수사 결과 사용처가 불분명한 자금은 대략 40억원대로 파악된다.

검찰은 현재 김재환(金在桓)전 MCI코리아 회장이 陳씨로부터 받아 관리한 12억5천만원(현금 11억원+수표 1억5천만원)이 구명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재수사를 하고 있다.

金씨는 지난해 검찰에서 민주당 김방림(金芳林)의원에게 현금 5천만원을 줬으며, 정성홍(丁聖弘)당시 국가정보원 경제과장에게 10만원짜리 수표로 4천만원을 빌려줬다고 진술했다.

이밖에 陳씨가 지난해 4월 아세아종금(나중에 한스종금으로 바뀜)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申인철 사장에게 준 20억원도 로비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검찰은 이 돈은 모두 申사장이 개인 용도로 사용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陳씨가 지난해 1월과 3월 한국은행 출신 許모씨에게 준 7억원도 사용처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許씨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陳씨 아버지를 통해 돈을 빌린 뒤 갚았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許씨가 돈을 빌린 시점이 陳씨의 열린금고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검사를 받은 시점인 데다 許씨가 과거 한국은행에 근무했던 금감원 간부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로비자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전체 비자금 규모=현재로선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40억원을 모두 로비에 썼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陳씨가 지난해 총선 때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수십억원과 사용처가 불분명한 40억원을 합치면 林의원이 제기한 1백억원의 비자금 조성설이 전혀 낭설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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