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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운동에서 학문으로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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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비정부기구(NGO) 운동과 인문학이 만난다. 경희대 NGO대학원(원장 조인원)은 철학.역사.종교학.사회학 등 인문학을 통해 NGO운동을 연구.교육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석.박사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인문학에 기반을 둔 'NGO의 독립적인 학제공간'을 마련코자 하는 이 시도는 기존의 NGO 교육.연구와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한 것이다.

1990년 이후 한국사회에서 NGO는 세계에서 유례 없이 급속히 성장했다. 이런 성장을 바탕으로 성공회대가 1999년 시민사회복지대학원(원장 조희연) 내에 NGO학과를 만든 데 이어 지난해 경희대가 '1999 서울 NGO 세계대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처음으로 NGO대학원을 만들었다. 이 경희대 NGO대학원이 서울 내곡동에 NGO 콤플렉스를 계획하면서 NGO와 인문학이 만나는 '독립적인 학제공간'을 마련키로 했다.

이런 시도는 우선 물신주의.탈인간성.패권주의 등 현대사회의 위기현상을 국가적 대응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기존의 국가 단위의 노력만으로는 사회.민족.인종을 초월한 다문화사회의 등장으로 요구되는 인류 공동가치를 실현하는 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신 세계적 차원에서 확산되고 있는 NGO운동에서 이런 문제 해결의 동력을 찾고자 한다. 조원장은 "세계 시민사회의 등장과 함께 NGO가 중심이 된 문명적 성찰을 통해 새로운 인류공동체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들은 지구촌의 모든 시민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보편윤리.보편민주주의를 그 철학적 기반으로 삼고 있다.

보편윤리.보편민주주의를 위한 인간학적.철학적.종교적 토대를 닦기 위한 이런 작업은 한국의 특수성에 더욱 주목해왔던 기존의 NGO연구와 다소 거리를 두는 것이다.

보편윤리.보편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만큼 이 대학원은 세계적 차원의 NGO네트워크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을 예정이다.

이미 UN DPI(유엔 공보처 NGO협의회)와 CONGO(유엔 경제사회이사회 NGO협의회)와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 세계 풀뿌리 단체에 대학원생들을 보내 인턴십을 실시할 계획을 세워 놓았다.

NGO와 인문학의 결합을 시도하는 만큼 도정일(영문학).정연교(철학).남기영(철학) 등 인문학 전공의 교수들이 다수 참여했고, 사회과학 분야의 교수진에도 인간학이나 인문학과 관련된 분야의 학자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앞으로 부상하고 있는 문명론.문화이론.종교학 등의 전공자를 더욱 보강해 명실공히 NGO와 인문학이 결합한 '독립적인 학제공간'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성공회대 시민사회복지대학원의 조희연 원장은 경희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NGO연구의 차별화는 '다양성'과 '공존'이라는 NGO정신에 부합할 뿐 아니라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창호 학술전문위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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