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국서 700만 부...아르메니아 왕가의 후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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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호 10면

판타지 소설 『타라 덩컨』의 작가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49)이 한국에 왔다. 올 서울국제도서전(12∼16일) 주빈국인 프랑스 초청작가 자격으로다. 그가 2003년 프랑스에서 첫 출간한 『타라 덩컨』시리즈는 현재 전 세계 14개국에서 700만 부나 팔린 베스트셀러다. 우리나라에서도 33만 부 넘게 판매됐다. 그는 만나자마자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며 유창한 한국말을 선보였다. 첫 방한이라는데도 어느새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네’ ‘아니오’ 등을 익힌 것이다. 인터뷰 시간 내내 그에게선 유쾌하고 적극적인 에너지가 넘쳤다.

판타지 소설 『타라 덩컨』 작가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우주를 무대로 마법을 펼치는 판타지물 작가답게 그는 옷차림부터 독특했다. 신문 기사를 오려 붙인 듯한 디자인. 재킷과 바지에 이리저리 붙어 있는 기사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크리스찬 디올 수석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자신에 대한 기사를 모아 만든 옷이에요. 튀는 스타일을 좋아해 이 옷을 샀지요.”

명함에 적혀 있는 ‘공주(Princess)’라는 타이틀도 이채로웠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랐지만 아르메니아 왕족이에요. 우리 가족은 투르크족에게 쫓겨 200년 전부터 해외 망명 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의 증조부모가 아르메니아의 왕자 마미코니엔과 러시아의 공주 안나 다비도프라고 한다. 아르메니아 왕가의 혈통을 잇는 공주로서 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아르메니아가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실제로 내게 왕위에 오르라는 제안이 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 아르메니아에는 더 이상 왕과 왕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거절했죠.”

『타라 덩컨』은 그가 87년부터 집필한 책이다. 첫 출간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17년. 그나마 『해리 포터』 덕에 세상에 나오게 됐다.
“1권을 4년 만에 완성해 출판사 여러 곳에 보내봤어요. 프랑스에서는 판타지가 인기가 없다, 마법책은 팔리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죠. 그래도 계속 썼지요. 그러다 97년 나온 『해리 포터』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자, 전에 원고를 보여줬던 출판사 중 세 곳에서 책을 내자며 연락을 하더라고요.”

그는 『타라 덩컨』에 대한 영감을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읽다 얻었다고 한다. ‘『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하는 오베론ㆍ타이테니아ㆍ퍽이 지구가 아닌 다른 세상, 마법의 세계에서 온 것이라면?’이란 생각이 단초가 돼 주인공 소녀 타라 덩컨이 태어난 것이다. 『타라 덩컨』에는 주인공 덩컨이 어느 날 자신에게 신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 태양계 마법 행성 아더월드와 지구를 오가며 기상천외한 모험을 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현재 7권까지 나왔으며 2013년 12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작가는 “20년 넘게 매일 하루 15시간씩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미 『타라 덩컨』 마지막 권까지 초고를 다 써놨으니 혹시 내가 비행기 사고라도 나서 중간에 죽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며 농담도 했다.

다 써놓은 작품을 다듬고 보충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한 페이지를 40번 넘게 수정하기도 했단다. 그는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열심’을 꼽았다. “자신이 쓴 글을 안 돌아보는 작가도 있는데 이는 작가로서 자살행위”라며 “밤마다 파티 가서 놀고 낮 12시쯤 일어나 좀 일하고 하는 작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판타지물을 ‘오락용 장르’로 폄훼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기 마음을 열어 외부의 세계를 받아들이고 그 영향을 받는 것”이라며 “독서의 그런 효과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을 때나 『타라 덩컨』을 읽을 때나 똑같이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느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책이라도 읽어 마음의 양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라 덩컨』은 이제 ‘원 소스 멀티 유스’의 길에 들어섰다. 26편짜리 TV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올가을부터 프랑스 지상파 채널 M6 및 디즈니TV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또 프랑스ㆍ독일ㆍ캐나다ㆍ미국 등 4개국 합작으로 영화 제작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유머와 모험ㆍ마법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소재”라며 새로운 장르에서도 타라 덩컨의 선전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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