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재경부, 통합거래소 이사장 인선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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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년 1월 출범할 통합거래소 이사장직 인선을 둘러싸고 청와대가 주무 부처인 재경부의 움직임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청와대가 희망하는 인사를 재경부가 추천자 명단에서 뺐기 때문이다.

통합거래소는 증권거래소와 코스닥거래소.선물거래소 등 3개 시장을 하나로 묶는 조직이다. 청와대는 그간 초대 이사장 인선작업을 하면서 몇 가지 고려를 했다. 통합거래소가 부산에 들어선다는 점에서 우선 부산 출신을 찾았고, 그중에서 정치적 비중이 있는 사람을 골랐다. 거래소 구조조정 등을 위해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답이 부산 출신으로 김영삼 정권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한이헌씨다. 한씨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는 그런 한씨를 후보로 추천해 달라는 뜻을 재경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묵살당했다.

후보론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 이인원 예금보험공사 사장, 강영주 증권거래소 사장 등 3명이 추천됐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시스템에 따른 국정 운영이라는 원칙하에 기관장 인선에 공모방식을 스스로 도입했다"며 "추천위원회 결정이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선 불만이 가득하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정부 개혁의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관료들이 저항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선 "후보들을 재추천받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24일로 잡혔던 이사장 선임을 위한 인사위원회는 하루 연기됐고, 25일에도 청와대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편 재경부는 최근 후보 추천이 끝난 자산관리공사(KAMCO) 사장에 김우석 신용회복지원회 위원장을 사실상 내정했고, 조만간 사장 공모절차에 들어갈 예보 사장에는 김규복 전 재경부 기획관리실장을 유력한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통합거래소를 포함해 재경부 산하의 굵직한 3개 기관의 장(長)은 모두 재경부 출신들로 채워지게 된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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