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조루증, 놓치고 있던 중요한 한 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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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택 한의사

40대 초반의 회사원 A씨가 전립선염 증상을 느끼기 시작한 건 몇 년 전부터였다. 술 마시고 난 다음날, 혹은 장시간 앉아있거나 운전하는 날에는 회음부와 고환이 당기는 기분나쁜 통증이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소변 횟수가 늘어나고 오줌발은 약해졌으며 마지막에는 시간을 들여 짜내지 않으면 찝찝하고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불편함이 심해질 때마다 비뇨기과를 찾았으나 검사상 염증 소견은 별로 발견되지 않아 굳이 치료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에 약물치료는 받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문제는 전립선 증상이 생긴 이후에 사정조절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별로 흥분도 안 했는데 약간의 삽입운동만으로도 사정감이 심하게 올라와 통제가 너무 어려웠다. 그나마 이쪽은 문제없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몇 년 사이에 갑자기 지속시간이 너무 짧아지는 바람에 A씨는 남성으로서의 자신감도 많이 잃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게 병이 아니라니 그저 답답할 노릇이다.

전체 남성 5명 중 1명 이상이 호소한다는 조루. 현재 임상적으로 조루에 접근하는 관점은 두 가지 정도이다. 한 가지는 음경 귀두 부근의 말초신경이 과민하여 생긴 조루 증상을 대상으로 하며, 수술적인 방법을 통해 과민한 신경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다른 한 가지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부족으로 인해 성적 흥분에서 사정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너무 짧은 증상에 주안점을 두어 항우울제를 변용한 약물을 투여하여 일시적으로 지속시간을 늘리는 방법이다. 두 방법 모두 적응증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경우 일정한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조루 환자 전체를 생각했을 때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전립선 문제에 의한 이차적인 조루 증상이 바로 그 영역이다.

소변의 이상이나 회음부 및 골반의 불쾌감과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도 검사 소견 상 전립선에 염증이 뚜렷하게 발견되지는 않는 경우, 이를 전립선 증후군(prostatitis-like symptom)이나 만성골반통증증후군(CPPS)이라고 한다. 최근 비뇨기과 관련 외국의 유명학회지(Urology, 2010 Apr 8)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이 전립선 증후를 호소하는 군에서 정상군보다 조루가 나타나는 빈도수가 훨씬 높다는 점이 보고되었다. 전립선 증후를 가진 군에서는 64.1%가 조루를, 만성전립선염 환자군에서는 36.9%가 조루 증상이 있는데 비해 정상군을 포함한 모집단 전체에서 조루 증상을 가진 환자는 15.3%에 불과하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모집단 중 전립선 증후를 가진 군이 10.5%, 만성전립선염 환자군이 5%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전립선에 문제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정상군보다 조루 증상을 경험할 확률이 3~5배에 달하는 것이다.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거나 울혈성 긴장이 발생하는 경우 전립선과 그 주변조직이 부어오르고 딱딱해져 소변 이상과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전립선 바로 옆으로 사정에 관여하는 중요한 성신경 두 가닥이 지나가는데, 이 신경 역시 전립선의 문제 때문에 물리적· 화학적으로 악영향을 받게 된다. 신경이 과자극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성관계 시 똑같은 마찰 자극을 받아도 훨씬 빨리 사정감이 올라오며 통제하기도 어려워진다. 더불어 전립선 안에 위치한 사정관 역시 압박을 받아 민감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약간의 자극만으로도 사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전립선으로 인한 이차적인 조루 증상이기 때문에, 전립선의 문제를 해결하면 조루 증상 역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A씨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전립선 증후군으로 인한 조루 증상은 반드시 전립선의 염증성 변화를 동반하지 않아도 나타날 수 있다. 전립선과 그 주변 조직이 부어오르고 딱딱해져 충혈이 되는 상황이 오래 반복되는 것만으로도 사정감 통제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중추성 조루)이나 귀두의 말초신경 과민(말초성 조루)과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접근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또한 염증 자체에 집중하여 소염제와 항생제를 투여하는 일반적인 전립선염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한의학에서는 전립선 증후군을 치료할 때 염증도 중요하지만 염증 후 손상된 전립선의 기능 회복에 주안점을 둔다. 전립선과 주변조직의 울혈성 긴장을 풀어주고 전립선 부종 등의 형태 이상을 바로잡아, 예전과 같은 조직의 탄력성을 회복함으로써 조루를 비롯한 제반 증후가 순차적으로 소실되는 것이다. A씨 역시 전립선의 염증성 변화 없이 통증, 소변 이상, 조루 등의 관련 증상이 나타나는 전립선 증후군에 해당되는 경우였다. 전립선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정기적인 한약 투여와 전기침 등의 물리적 처치를 통해 A씨는 점차적으로 통증과 소변 이상 등의 증상이 호전되어 지금은 조루에서도 벗어나 과거의 지속시간을 되찾은 상태이다.

조루 증상에 시달리는 남성은 끊임없이 그 해결책을 찾게 된다. 그렇게 접하게 되는 수많은 진단과 치료 관점 중, 지금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한의사 이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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