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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엄마는 화만 내고, 아빠는 잠만 자고 … 어떡하면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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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주전자 엄마와 이불 아빠
사토신 글
아카가와 아키라 그림
김경은 옮김
책과콩나무, 40쪽, 9800원

아이들은 “맞아, 맞아” 좋아하며 읽을 책이고, 부모는 자기 모습이 보여 속이 뜨끔할 책이다. 하루 종일 부글부글 화만 내는 ‘주전자’ 엄마, 휴일이면 잠만 쿨쿨 자는 ‘이불’ 아빠, 그리고 그런 엄마 아빠 옆에서 속상하고 외로워하는 아이의 이야기다.

엄마는 주전자 같다. 늘 열 받아 부글부글 끓을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삐∼익!’ 소리까지 낸다. 장난감을 어질러 놔서, 밥 먹으면서 딴 짓을 해서, 동생을 울려서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반응은 하나다. ‘삐∼익!’ 고함 소리에다 이어지는 잔소리다.

아빠는 어떤가. 일요일이면 하루종일 이불 속에만 있다. 야구를 하자고 해도, 백화점에 놀러가자고 해도 “아∼함! 조금만 더 잘게”라고만 한다. 아빠랑 놀 수 있는 날은 일요일뿐인데, 그 하루가 속절없이 지나간다.

아이의 바람은 단순하다. 엄마는 다정했으면 좋겠고, 아빠는 놀아줬으면 좋겠다. 부모가 아이한테 요구하는 항목-숙제는 미리미리 해야 하고, 반찬은 골고루 잘 먹어야 하고, 고운 말을 써야 하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야 하고…-에 비하면 소박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시무룩한 아이 얼굴이 더욱 눈에 밟힌다.

책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엄마가 펄펄 끓는 마음을 다스리는 장면은 퍽 설득력이 있다. 끓는 물을 커피잔에 붓고, 주전자에 찬물을 채운 것이다. 아이 때문에 돌겠거든 소리 지르는 대신 차를 한 잔 마셔볼 일이다. “아차! 내가 너무 화만 냈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 가장 필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빠는 실컷 자고서야 “아차! 내가 너무 잠만 잤나?”며 일어났다. 아무래도 휴일 전날 늦은 약속은 피하는 게 좋겠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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