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던 파리아스, 포항 문전서 기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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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머니’를 좇아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던 세르히오 파리아스(43·사진)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14일 입국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보너스와 위약금 문제 해결이다. 포항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성과급 3억원을 파리아스에게 지급해야 하고 파리아스는 사우디 알아흘리로 떠나면서 생긴 계약해지 위약금 4억원을 포항에 물어야 한다. 파리아스는 포항구단을 찾아 이 문제를 매듭지을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파리아스가 처한 상황을 보면 이번 방한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리아스가 이끄는 알아흘리는 정규리그 12개 팀 중 6위에 그쳤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사우디 프로축구에서 감독 자리는 파리 목숨이라는 걸 감안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파리아스의 입지는 매우 불안해 보인다. 또 파리아스는 최근 몇 개월간 월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왕 부럽지 않은 대우를 해줬던 포항이 그리울 만하다. 파리아스는 포항이 지난 10일 레모스 감독을 경질한 것을 알고 있는 듯 입국장을 빠져나가며 “포항이 원한다면 다시 K-리그로 올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포항의 입장은 단호하다. 김태만 포항 사장은 “파리아스 전 감독을 재영입할 계획은 없다. 올 시즌은 박창현 감독대행 체제로 치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거짓말까지 해가며 팀을 떠난 파리아스를 다시 데려오는 건 구단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는 얘기다. 파리아스는 지난해 12월 포항에 “1년 정도 쉬고 싶다”고 밝힌 뒤 알아흘리와 계약했다.

그러나 프로세계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어제와 오늘이 달라지는 곳이다. 포항에 K-리그와 FA컵,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까지 안긴 파리아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감독이다. 또 지난해 포항이 시도한 ‘스틸러스 웨이’도 파리아스가 있었기에 대성공이 가능했다. 파리아스가 백배사죄한다면 포항의 입장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어쨌든 현재 포항의 감독 자리는 비어 있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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