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파리아스가 처한 상황을 보면 이번 방한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리아스가 이끄는 알아흘리는 정규리그 12개 팀 중 6위에 그쳤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사우디 프로축구에서 감독 자리는 파리 목숨이라는 걸 감안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파리아스의 입지는 매우 불안해 보인다. 또 파리아스는 최근 몇 개월간 월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왕 부럽지 않은 대우를 해줬던 포항이 그리울 만하다. 파리아스는 포항이 지난 10일 레모스 감독을 경질한 것을 알고 있는 듯 입국장을 빠져나가며 “포항이 원한다면 다시 K-리그로 올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포항의 입장은 단호하다. 김태만 포항 사장은 “파리아스 전 감독을 재영입할 계획은 없다. 올 시즌은 박창현 감독대행 체제로 치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거짓말까지 해가며 팀을 떠난 파리아스를 다시 데려오는 건 구단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는 얘기다. 파리아스는 지난해 12월 포항에 “1년 정도 쉬고 싶다”고 밝힌 뒤 알아흘리와 계약했다.
그러나 프로세계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어제와 오늘이 달라지는 곳이다. 포항에 K-리그와 FA컵,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까지 안긴 파리아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감독이다. 또 지난해 포항이 시도한 ‘스틸러스 웨이’도 파리아스가 있었기에 대성공이 가능했다. 파리아스가 백배사죄한다면 포항의 입장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어쨌든 현재 포항의 감독 자리는 비어 있다.
김종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