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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그림자 부대' 공습 정조준 돕고 빈 라덴 추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얼굴없는 그림자 부대'가 아프가니스탄을 종횡무진 누비며 미군에 잇따른 승전보를 안겨주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지도부를 추적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험난한 산악지역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수행 중인 이들의 정체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특수활동국(SAD) 소속 특수요원들이다.

전투병.조종사.정보요원 출신 1백50명의 정예 퇴역군인들로 이뤄진 이 조직은 6명씩 팀을 짜 사복 차림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정규군은 아니지만 이번 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8일 보도했다. SAD 요원들의 실체가 드러나기는 처음이다.

특명을 받은 요원들이 아프가니스탄에 잠입한 것은 지난 9월 27일. 미군이 공습을 시작하기 열흘 전이었다. 빈 라덴과 알 카에다 핵심간부, 그리고 탈레반 지휘부의 은신처를 추적한 뒤 관련 정보를 미군에 제공해 공습 효과를 극대화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요원들이 현지에서 얻은 정보는 무인정찰기인 프레더터를 동원해 수집한 정보와 함께 CIA 작전국.미군 사령부 등으로 보내져 공습 지점과 목표물 등을 찍는데 활용됐다.

탈레반의 저항을 무력화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미군의 잇따른 공습도 이들이 제공한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했기에 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군은 지난주 빈 라덴의 오른팔인 모하메드 아테프를 제거하는 전과를 올렸다.

SAD 요원들의 활약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린베레.레인저 등 미 특수부대의 침투로를 미리 확보한 것도 이들이었다.

최근에는 탈레반 붕괴 조짐이 가시화하면서 새 정부 수립과 관련한 북부동맹측의 동향정보를 수집하거나, 인도물자의 안전한 수송로를 알려주는 임무까지 맡았다.

사복 차림이라고는 하지만 이방인 취급을 받기 십상인 SAD 요원들이 작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현지화' 덕분으로 보인다.

SAD는 이미 18개월 전부터 아프가니스탄 남부에 요원들을 잠입시켜 현지인들을 포섭, 정보망을 구축해 왔는데 이같은 사전 정지작업이 작전 수행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해상도 카메라와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로 무장한 프레더터 무인정찰기는 낮은 고도에서도 효과적인 임무수행이 가능해 산악지역 작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미국은 이번 싸움이 정보전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보고 테러 사태 이후 CIA에 10억달러의 추가예산과 재량권을 부여했다. SAD 요원 투입도 이런 배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군 관계자의 말을 빌려 "CIA와 미 공군이 정보 공유문제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CIA는 18일 "군과의 협조는 더할 나위없이 잘 되고 있다"며 일축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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