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대한민국 ‘코티’의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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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앙일보가 ‘올해의 차(Car of the Year:COTY·이하 코티)’를 시작하면서 독자들과 자동차 업계 관계자로부터 받은 숱한 질문이었다.

본지는 국내 신문 가운데 처음으로 업계·학계·언론 등 자동차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해 한 달 동안 심사를 했다. 심사위원들은 해외 각국의 코티 선정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는 일곱 가지 항목인 ▶승차감 ▶운전자 만족도 ▶가격·경제성 ▶디자인 ▶안전성 ▶신기술·성능 ▶친환경성 이외에 신차가 기존 모델 대비 얼마만큼 혁신적으로 개량됐는지를 평가했다.

13일 시상식에서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세계 자동차 생산 5위인 한국에 그동안 선진국에 다 있는 세 가지(자동차박물관·경주장·코티)가 없었다. 이제야 해묵은 숙제 하나가 해결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섭섭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상 결과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 있다. 한국에서도 명실상부한 자동차인의 잔치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해외 자동차 업계는 코티 결과를 보고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신차 개발과 수입 차종에 대해 고민한다. 소비자들도 신뢰할 만한 신차 구입 정보를 얻는다. 올 초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열린 코티 발표는 자동차인의 축제였다. 전시된 후보 차량 가운데 수상 차가 나오자 서로 축하를 나눴다. 당일 저녁 이어진 파티는 자동차인들이 건설적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코티는 1950년대 중반 미국의 한 자동차 전문지에서 시작한 게 처음이다. 이후 선진국 언론에서 앞다퉈 개최했고, 한동안 대표성을 놓고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공정성을 강화하는 등 끊임없는 개선 끝에 지금은 북미·유럽·일본 등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런 해외 코티의 심사위원은 경력 20년 이상 된 자동차 전문기자가 주류다. 자동차 선진국과 달리 누구나 인정하는 자동차 전문가가 많지 않은 한국에선 코티가 쉽지 않은 첫발이었다. 한국 문화에 어울리는 신차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평가에 반영할 것인가 하는 점도 숙제다.

본지는 시대의 변화와 소비자·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내년 코티를 개선할 계획이다. 심사위원에 해외 전문가를 포함시켜 공정성도 더 강화하고, ‘올해의 SUV’와 성능상도 추가한다. 후보 신차 전시회를 통해 자동차인과 자동차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이 한 곳에서 어울리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런 노력이 거듭되다 보면 선진국 코티 못지않은 대표성과 권위가 확보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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