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확산 원인과 대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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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탤런트 황수정씨의 히로뽕 복용, 가수 싸이의 대마초 흡연을 계기로 점검해 본 국내의 마약류 투약실태는 충격적이다.

급증하는 마약사범 중에는 초범(初犯)이 70% 정도를 차지한다. 1996년 5천68명이던 것이 지난해 7천70명으로 5년새 2천명 이상이 늘었다.

대부분은 가까운 사람이나 업소에서 만난 옆손님이 무심코 건넨 '약'으로 인해 빠져들었다.

◇ 공급 포화상태=올해 검찰과 세관이 전국의 공항과 항만에서 압수한 히로뽕(76㎏)은 2백53만명이 동시에 한차례씩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대검 관계자는 "실제 유통량은 적발량의 몇십배인 것으로 추정돼 전국민을 중독자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생소한 헤시시도 97년 6백35g이었던 적발량이 올 들어 7월까지만 해도 7배 가까운 4.2㎏이 적발됐다.

지난해부터는 신종마약인 엑스터시.야바(태국산 히로뽕 정제).LSD가 다량 적발됐고, 대마초 적발량도 예년 수준 50㎏을 훨씬 넘어 1백㎏에 육박한다.

특히 90년대 중반 국내에서 사라졌던 히로뽕 제조공장이 지난 5월 경북 성주에서 적발돼 국내 제조를 통한 공급이 재개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 경계심도 약해져=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그 때문에 수요가 늘어나는 연쇄현상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밀반입의 주요 루트인 부산이나 인천의 경우 히로뽕 10g(3백30여회 투약분)이 80만~1백50만원 선에 거래된다"며 "앞으로 1회 투여분(0.03g)값이 1만원 미만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밀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반면 인천국제공항 등에서의 반입 검색이 허술한 것도 공급 확산의 한 배경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인기 연예인들의 잦은 마약류 복용 사례가 일반인들의 경계심을 허물어뜨릴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한다.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경찰서는 연예인들이 마약을 복용한다는 TV프로를 보고 친구와 "우리도 한번 해보자"며 히로뽕을 투약한 노점상 羅모(26)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 예방 프로그램 필요=전문가들은 아직 한국의 마약지수(인구 10만명당 마약투약자 수)가 15~16으로 2백이 넘는 미국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처럼 총괄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88년 마약감시국(DEA)과 별도로 백악관 산하에 마약통제정책국(ONDCP)을 설치했다. ONDCP는 해외 유입 차단에서부터 추방캠페인까지 마약정책을 총괄한다.

대검찰청 채동욱(蔡東旭)마약과장은 "마약 공급의 완전한 차단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도 재활이나 예방캠페인을 병행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진.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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