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적 감춘 김재환 前회장 의혹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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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해 정현준(鄭炫埈).진승현(陳承鉉)씨의 금융비리 사건 때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의 연루 여부를 풀 수 있는 핵심 인물격인 김재환(56)전 MCI코리아 회장이 종적을 감춰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金씨는 과거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김은성(金銀星)전 국정원 2차장과 함께 근무하며 친분을 유지한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金씨는 鄭.陳씨가 금감원 등으로부터 집중적인 조사를 받던 지난해 7월을 전후해 두 회사에 영입된 것으로 알려져 채용배경과 구체적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金씨가 陳씨로부터 받은 로비자금 가운데 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석방된 직후인 지난 2월 金전차장을 비롯한 국정원 직원들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정성홍 전 국정원 경제과장에게도 4천만원을 빌려준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그가 지난해 陳씨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국정원 관계자들을 동원해 구명운동을 했으며 몇몇 국정원 관계자들과 석연치 않은 관계를 유지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金씨는 자신에 대한 폭행의혹이 보도된 지난 13일부터 외부와의 연락을 일절 끊고 있다.

陳씨 가족도 "金씨를 만나기 위해 계속해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나 연락이 안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陳씨 사건에 대한 국정원 관계자들의 연루의혹 진상을 정확히 알고 있는 金씨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잠적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陳씨 구명로비와 관련, 金씨에게도 일부 정당하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金씨가 이같은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로 金씨는 지난해 검찰의 陳씨 수사를 전후해 민주당 동교동계 모 의원에게 5천만원을 전달한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金씨가 지난 1월 석방된 직후 전직 국정원 동료들을 찾아가 '횡령 등의 혐의가 적용된 것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는 소문이 있다"며 "金씨의 잠적에 '말 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의혹 때문에 서울지검은 15일 金씨의 역할과 국정원 관계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전면 재수사 방침을 발표해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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