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결렬 파장] 남북관계 당분간 냉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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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강산에서 열렸던 6차 장관급 회담의 결렬사태는 향후 남북관계에 당분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게 확실시된다.

지난 9월 5차 회담 때 합의한 4차 이산가족 방문단 서울.평양 교환과 각종 경제협력.교류사업의 헝클어진 일정을 다시 짜는 데 실패한데다 다음번 회담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의 주축을 이뤄온 장관급 회담이 처음으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은 상징적인 측면에서도 남북관계의 후퇴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무엇보다 남한 내 비상경계 태세 등에 대한 정세인식 차이를 남북이 극복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란 게 정부 당국자의 진단이다.

여기에다 남북 경협추진위 개최 장소와 7차 장관급 회담의 시기를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도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의선(京義線) 연결이나 금강산 육로관광 등 북한 군부의 양해가 필요한 사안들이 회담 테이블에 오르지 못하고, 김영성 단장이 남측의 군사훈련이나 주적(主敵)발언을 집중 거론한 것도 북한 내부 사정과 관련해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회담 성과를 알리는 데 급급해 '12월 초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합의'를 언론에 알렸으나 결국 물거품이 되는 바람에 '이산가족을 두 번 울렸다'는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북측의 주장에 이끌려 선택한 금강산 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정부는 향후 대북정책 추진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그러나 홍순영(洪淳瑛)수석대표를 비롯한 대표단이 과거와 달리 북한측의 무리한 요구에 무작정 끌려다니지 않고 우리의 입장을 비교적 소신있게 북측에 전달한 대목은 평가받을 수 있다.

한 북한전문가는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회담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것은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14일 평양방송을 통해 "고집스러운 남측의 그릇된 태도 때문에 결국 회담에서 아무 성과가 없었다"고 비난 공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이 공동보도문 작성까지 바짝 다가섰던 점을 볼 때 일정한 냉각기를 거친 뒤 막후채널을 통해 올해를 넘기지 않고 대화 재개를 모색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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