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실업계 교육, 기능인 양성 본령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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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전문계고와 전문대의 본령(本領)은 기능 인력 양성과 취업이다. 그러나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얘기다. 전문계고는 대학 진학 중심 교육기관으로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지 오래다. 1990년 전문계고의 대학 진학률은 7.8%에 그치고 취업률이 79%였으나 지난해엔 거꾸로 취업률이 16.7%인 반면 진학률은 73.5%에 달했다. 전문대들도 전문 교육과정 강화보다는 일반대 전환이나 수업 연한 4년제 허용에 목을 매며 한눈을 팔기 일쑤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4년제 종합대학과 별로 다르지 않게 운영되는 전문대 상황이 재점검되고 방향이 바로잡혀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전문계고 교육은 진학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전문 직업교육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내놓은 ‘고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전국 691개 전문계고를 마이스터고 50곳과 특성화고 350곳으로 개편해 취업 전문교육기관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우선 진학 중심의 교육과정을 산업계 수요를 반영해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게 급선무다. 국어·영어·수학 중심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의사소통·정보활용·문제해결 등 ‘직업기초능력평가’로 대체하는 게 그 일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부처·지자체·기업체와 연계된 산학협력형 학교 운영도 취업 활성화를 위한 바람직한 대안이다. 국토해양부의 지원으로 졸업생의 79%가 해운업계에 취업하는 해사고가 좋은 예다. 최근 1000여 명의 치과조무인력 양성을 요구한 치과의사협회의 경우처럼 신규 인력 수요에 부응하는 특성화고 운영도 필요하다.

전문대도 전문 직업인 양성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4년제 일반대와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체 인사를 교수 요원으로 확보해 산업체 수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게 한 방법이다. 정부도 일반대 위주의 재정 지원에서 벗어나 전문대의 직업 교육 과정 강화를 위한 재정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게 본령에 충실한 실업 교육을 가능케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