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생명 건진 장기기증 릴레이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신장병 아내를 살리기 위한 한 경찰관의 용기가 은혜로 되돌아왔다.

오는 19일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신장을 떼어낼 강동경찰서 광나루초소장 김오현(金五顯.49)경위의 얘기다.

金경위의 신장은 그날 생면부지의 시각장애인 趙모(35.서울 화곡동)씨에게 이식된다. 대신 같은 날 金경위의 부인 李경옥(49)씨도 생명을 건진다. 군산에 사는 공무원 尹모(46.여)씨의 신장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병원 수술대에 눕는 것이다.

李씨가 만성 신부전증 판정을 받은 건 1999년. 투석치료의 고통 속에 나날이 시들어가는 아내에게 자기 신장을 주고 싶어도 혈액형이 달라 속만 태우던 金경위는 지난 8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자기 신장을 남에게 기증하면 가족이 다른 사람의 신장을 이식받을 기회를 우선적으로 갖게 된다는 얘기를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들은 것. 金경위는 곧바로 신장기증 서약을 했고, 마침내 이달 초 아내와 혈액형이 같은 尹씨가 나타난 것.

강동서 주상룡(朱相龍.51)서장은 "격무로 가족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는 모든 경찰에 귀감이 될 부부애"라며 적극 지원을 약속했고, 직원들은 金경위 아내의 수술비(2천여만원) 마련을 위해 모금운동을 벌여 12일까지 7백여만원을 모았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