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달러 약세' 미국 이해득실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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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로당 달러 환율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1.3084를 기록, 달러 가치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에 대한 달러 가치는 이달 들어서만 여섯 번이나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달러에서 유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달러 약세에 따른 개인.기업.국가별 이해득실을 소개했다.

◆ 개인=미국의 소비자는 수입품의 가격이 비싸져 경제적인 부담이 커진다. 반면 한국 등 다른 나라 소비자는 미국 제품을 예전보다 싼값에 살 수 있다.

해외에 투자한 미국인은 약 달러로 이익을 보는 몇 안 되는 그룹 가운데 하나다. 예를 들어 최근 주가가 오른 이탈리아 증시에 투자한 미국인이 주식을 팔 경우 시세차익은 물론이고 주식을 판 돈(유료화)을 달러로 바꿀 때 예전보다 더 많은 달러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미국의 여행객들은 해외에 나갈 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100달러로 바꿀 수 있는 유로가 2년 전에는 100유로였지만 이제는 75유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기업=미국 기업들은 달러 약세로 이익을 본다. 미국의 수출기업은 가격 경쟁력이 생겨 수출량을 늘릴 수 있고, 해외에 있는 미국 기업은 앉아서 환차익을 누린다. 프랑스의 맥도널드는 유로화로 '빅맥'을 판다.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자연스레 이익이 늘게 된다.

미국에 있는 외국 기업은 손해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미국에서 1000달러짜리 TV를 팔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를 원화로 바꿀 경우 2년 전에는 121만8000원이었지만 이제는 106만8000원밖에 갖지 못한다.

◆ 국가=미국은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생겨 막대한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다. 수출기업의 활기는 고용.투자 증가로 이어지며 경제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다.

반면 한국 등 미국 이외 국가는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다. 전 세계 소비의 30%를 차지하는 미국이 예전에 비해 수입품의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면 소비가 줄고, 이는 결국 상대 국가의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미국 관광업계는 이중의 이익을 얻는다. 미국 관광객은 해외 여행 비용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여행을 선호할 것이다. 또 한국 등 다른 나라 관광객은 미국 여행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효과가 있다. 미국관광산업협회는 올해 관광객 지출이 지난해보다 6.9% 늘어난 5930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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