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대화할 생각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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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보인 북한의 자세는 북측이 도대체 남쪽과 대화할 의지와 성의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북측은 5차 회담에서 합의된 이산가족 상호 방문과 각급 회담의 일정 이행을 우리쪽의 테러 대비 비상경계조치의 해제와 연계시키는 엉뚱한 방침을 계속 고집했다.

뿐만 아니라 북측은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을 돕고자 한 김대중 대통령의 노력마저 간접 비난하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북한의 비정상적인 자세를 볼 때 우리는 남쪽의 비상경계조치를 먼저 해제하라는 북한의 주장은 합의 이행을 지연시키려는 핑계일 뿐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북측의 주장은 앞뒤가 안 맞는다. 남쪽에 비상경계조치가 이미 내려진 지난 5차 회담 당시 북측은 10월 중 이산가족 상봉단의 교환과 각급 회담의 개최를 우리측과 합의했다.

따라서 그 후 북측이 제기한 '북을 겨냥한 비상조치'라는 주장은 자가당착일 뿐이다. 설령 남북관계의 순항이 그 때문에 어렵다고 가정하더라도 우리 정부와 수석대표가 그 조치는 북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거듭 석명(釋明)했으므로 북측의 문제 제기 원인이 해소된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은 북측이 각급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단 교환에 뜻이 없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 아닌가.

더욱이 金대통령의 도움으로 북측이 서방측과 관계개선을 하는 과실을 따먹고 이제 와서 "우리 체제를 건드리는 용납못할 엄중한 도전" 운운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선의를 악의로 갚겠다는 의도 외엔 아무 것도 아니다.

이같은 자기네의 생떼 쓰기 수법이 계속 남쪽에서 먹혀들리라고 판단한다면 북측은 너무 큰 오산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남쪽 정세는 북측을 도우려는 金대통령의 운신 폭을 크게 좁히고 있다. 당장 야당과 시중 여론은 이산가족 문제와 대북 식량 지원의 연계를 정부에 촉구하는 등 부정적이다. 북측은 쓸모없는 신경전을 벌이지 말고 성실하게 대화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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