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넥스트 베스트 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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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막바지의 황당한 반전만 없었더라면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티격태격 다투는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건강한 남성을 희구하는 여성 애비(마돈나)와 동성애자인 남성 로버트(루퍼트 에버렛)를 '부부'로 내세워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성관계와 그 안에서 빚어지는 자녀 문제를 재치있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두 말할 필요가 없는 팝의 여왕 마돈나가 출연하고, '미드나잇 카우보이' '사랑의 여로' '폭풍의 언덕'의 명장 존 슐레진저가 감독했다는 '명성'에 비해 결과물은 빈약한 편이다.

하지만 발상은 새롭다. 게이 부부의 자녀 양육권을 인정한 일부 유럽 국가와 맞대고 비교할 순 없지만 남녀간 성의 경계가 급속하게 해체되는 요즘 사회의 가정을 '발칙한' 시각에서 바라본다.

사랑하던 남성에게 채인 애비를 위로하던 로버트가 우연히 애비와 관계해 아들을 낳는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결혼 없는 동거.

서로의 성을 인정하되 아이는 같이 키우자는 것이다. 그러기를 6년. 요가 강사인 애비 앞에 건장한 남성 쿠퍼(벤자민 브랫)가 나타나면서 아들 양육권 문제가 불거지고, 이윽고 법정 다툼으로 비화한다.

게이라는 신분상의 불리함, 한때 마약을 복용했다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는 로버트가 아들만은 양보할 수 없다며 '결사항전'을 벌이는데…. 제목 'The Next Best Thing'은 차선책을 뜻한다. 15세 관람가. 17일 개봉.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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