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신계사터 첫 공식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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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계종 스님과 학자들이 6.25 전란 중 불타 없어진 금강산의 대표사찰 신계사 터를 샅샅이 뒤지고 돌아왔다.

조계종에서 대북관계를 담당하는 '민족공동체추진본부'가 '문화유산발굴조사단'과 함께 구성한 10여명의 일행이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신계사 터 일대에 대한 지표조사를 마쳤다.

아직 자세한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지표조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적지 않다.

이번 조사는 북한 지역 문화재에 대한 최초의 공식적.학술적 조사활동이다. '공식적'이란 북한 당국의 허가를 얻었다는 의미고, '학술적'이란 그동안 북한이 손도 못대게 했던 유물들의 탁본을 뜨고 줄을 그어 측량도 했다는 의미다.

신계사는 조계종 초대종정을 지낸 효봉 스님 등이 수행했던 고찰(古刹)로 한국불교사에서 비중 있는 명소다. 신라 법흥왕 때 창건됐으며,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대웅전과 만세루를 중심으로 21채에 이르는 전각을 갖춘 대가람이었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와중에 불타 지금은 3층 석탑 1기와 만세루 돌기둥,그리고 일부 건물의 초석만 남아있다. 북한에선 생전의 김일성 주석이 중요한 사적이라는 유훈을 남겨 국보유적 제95호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북한측이 불교유적지에 대한 관심이 적어 연구조사활동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술조사단장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학담 스님은 "그동안 북한 지역, 특히 해방 이전까지 가장 많은 사찰들이 모여있던 금강산 지역 사찰을 복원하겠다는 한국불교계의 많은 노력이 있었으나 가시적 성과가 없어 아쉬웠다. 이번 조사는 북한측과 꾸준히 협의해 얻어낸 것으로, 결과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학담 스님은 그러나 복원문제와 관련, "장기적으로는 신계사의 복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지만 지금 단계에서 계획을 밝히기는 힘들다. 우선 급한 대로 유일하게 남아 있으면서도 거의 허물어져가는 석탑을 해체.복원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3층 석탑과 관련,학술조사를 지휘한 문명대(동국대)교수는 "직접 조사해본 결과 일단 육안과 탁본을 통해 탑이 8~9세기께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상층기단부에 새겨진 8개의 신장상(神將像)과 하층기단부 비천상(飛天像) 등 문양은 불교미술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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