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수능 이대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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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8일 학생들의 수능 가채점 결과를 집계한 서울과학고는 3백80점을 넘는 학생이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수능이 4백점 만점제로 된 1997학년도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지난해 쉬운 수능 때엔 3백90점대에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지만 올해 수능에선 3백50~60점대로 30~40점 이상 낮아졌다.

우수학생들이 집중된 이 학교는 그래도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서울 K고의 최고 득점자는 3백40점. 지난해 3백90점대가 있었기 때문에 최상위권이 50점 가량 급락한 셈이다.

이처럼 7일 실시된 2002학년도 수능시험에서 16~38점 정도 낮아질 것이라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설명과 달리 점수 하락폭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채점 결과에 충격을 받은 고3학생들이 집단으로 결석하는 등 예상치 못한 파장도 이어지고 있다.

교사들도 과거 진학자료가 무용지물이 돼 곤혹스러워하는 등 학생.교사가 일종의 심리적 공황을 맞고 있다.그동안 난이도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파장이 이처럼 심각한 적은 없었다.

이에 따라 '널뛰기'가 잦은 수능 난이도의 적정한 조절은 물론 이번 기회에 수능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능은 현 입시제도의 핵심이다. 따라서 수능이 흔들리면 입시정책, 나아가 교육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우선 입시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불안을 증폭시키고,이는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게 된다.

또 대학의 요구대로 변별력 위주로 수능이 출제되면 그동안 수시모집 확대, 각종 특기전형, 심층면접 등 입시제도의 다양화를 추진해온 대학들의 노력을 둔화시키는 부작용도 생기게 된다.

이는 결국 학교 교육의 정상화라는 초.중등 교육정책의 목표와도 상치되는 것이다.

널뛰기 수능은 결국 교육당국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다.대학입시의 골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은 '정책 따로 실행 따로' 행정의 표본이다.

더 이상 수험생을 실험대상으로 방치할 수는 없다.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식의 수능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널뛰기 수능의 개선방안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동안 숱한 논의도 있었다. 그러나 대학과 수험생.고교 등 모두를 만족시킬 뾰족한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말 그대로 대학수학능력을 측정하는데 충실하고 난이도가 다소 차이가 나더라도 수험생들이 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점수변화제도를 통해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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