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당총재 사퇴] 한광옥 대행체제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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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에 한광옥(韓光玉)총재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했다. 韓대행체제가 순항할 것인지에 대해 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내 차기 주자들간의 알력과 반목이 깊어질대로 깊어진터라 韓대행의 조정이 쉽기 않기 때문이다.

일단 韓대행은 적지 않은 권한을 갖고 출발한다. 그는 전당대회를 치르기 전까지 38개의 사고지구당과 임시 위원장 체제로 운영되는 10개의 지구당 위원장을 임명하거나 교체할 권한이 있다. 이는 전체 지구당 2백27개의 약 4분의 1 가까운 숫자다.

민주당 관계자는 "단 한 명의 대의원이 아쉬운 차기 주자들로서는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면서 "韓대행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이와 함께 내년에 치를 전당대회의 시기와 규모, 성격 등에 대해서도 韓대행이 행사할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韓대행측은 "공정하게 당을 운영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당 일각에선 韓대행이 스스로 차기 주자를 노릴 가능성을 주목하고들 있다. 이미 적지 않은 세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韓대행이 차기경쟁에 가세할 경우 민주당 경선구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또 韓대행이 특정 주자를 지원하면 전체 판세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두가지 경우 모두 다른 주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 당은 큰 내홍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反)이인제 그룹'이 경계심을 내보이고 있다.

韓대행은 63명의 의원들이 가입한 중도개혁 포럼(회장 鄭均桓)과 밀접한 연관을 맺어왔고 이 세력을 주축으로 당을 이끌어 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당 운영에서 정균환 의원의 발언권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동교동계 이해찬(李海瓚)의원과 김민석(金民錫)의원도 새로 개편될 당직, 또는 비상기구에의 중용설이 나돌고 있다.

이와 함께 쇄신파 사이에선 "金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하면서도 사실상은 韓대행을 앞세워 '상왕(上王) 체제'를 구축한 게 아니냐"며 金대통령의 영향력 행사를 우려하는 견해도 있어 韓대행 체제의 앞날은 우여곡절이 많을 전망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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