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끊임없이 오르는데 기관, 왜 줄기차게 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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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기관투자가들이 지수 상승에 아랑곳하지 않고 줄기차게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최근 6일(거래일 기준)동안 무려 6천38억원어치를 사들인 외국인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8일 투신과 증권사 등 기관은 거래소에서 4백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선물 고평가에 따른 프로그램 매수가 9백억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순매도 규모는 1천3백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주가 상승→시중자금 증시 유입의 선순환이 지속될 경우 기관들도 입장을 바꿔 주식매수에 가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 기관 왜 파나=경기가 좋아질 조짐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돈의 힘으로 주가를 밀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게 기관들의 판단이다. 일시적 유동성 장세 이후엔 주가가 다시 주저앉을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투신운용 김기환 상무는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어 경기관련 악재가 나올 경우 종합지수는 520선까지 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제일투신운용 김성태 주식운용팀장은 "최근의 장세는 지난 1월과 4월 처럼 하락 추세속에서의 일시적 상승이라는 시각에 변함이 없다"며 "500선 아래에서 사뒀던 우량주를 지수 580~600선에서 계속 줄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 슬금슬금 느는 주식형펀드=그러나 기관은 주가가 더 올라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지 않을까 안달이 난 것도 사실이다.

대한투신운용 이기웅 주식운용본부장은 "지수가 더 오를 경우 기관들은 낮춰둔 주식 비중을 다시 채워넣을 수 밖에 없다"고 실토했다.

실제 최근 투신사 주식형펀드에는 시중자금이 슬금슬금 들어오고 있다. 주식을 90%까지 편입할 수 있는 순수 주식형이 지난달 이후 3천2백88억원 늘었다.

한국투신증권 이광희 일산지점장은 "최근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채권형펀드의 자금은 급속히 이탈하는 반면 주식형은 조금씩 늘고 있다"며 "아직 큰 흐름은 아니지만 주가지수가 600선을 넘어서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광기.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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