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지하철 노약자석 앉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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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예순아홉살 먹은 독자다. 얼마 전 노인을 깍듯하게 대하는 지하철 역무원을 칭찬한 독자의 글을 흐뭇하게 읽었다. 하지만 지하철 안에서 가끔씩 노인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젊은이들을 본다.

매일 지하철 2호선 성수~신림 구간을 이용하는데 노약자석에 젊은이들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분명히 노약자석 뒤의 유리창에는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해 이 자리를 비워둡시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시선을 애써 피하며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젊은이 앞에 노인이 서서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차라리 유리창에 붙은 문구를 떼버리라고 관계 당국에 말하고 싶다. 눈에 잘 띄는 그것 때문에 노인은 자리를 차지한 젊은이를 원망하고, 젊은이는 노인의 눈치를 보게 된다. 내년엔 월드컵이 열리는데 행여 외국인이 그 문구의 뜻을 알고 "왜 젊은이가 앉아있느냐"고 묻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허울좋은 동방예의지국으로 비칠 것이다. 위화감을 조성하는 노약자석 스티커는 차라리 떼내는 게 나을 것 같다.

정창수.서울 성동구 성수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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