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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민통선내 2만여평 산림 불법 훼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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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한 미군이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지역 내 산림 수만평을 훼손하고 있어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녹색연합은 7일 주한미군이 파주시 진동면 스토리사격장 일대 공여지 2백여만평의 땅 둘레에 울타리를 치고 군용도로를 내기 위해 폭 5m.길이 10㎞의 산림 2만2천5백여평을 불법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보전임지인 이 산림의 형질을 변경하려면 산림청장의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미군은 이를 무시한 채 공사를 벌여왔다"며 "지난 1월 개정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미국은 대한민국 정부에 건축계획을 통보하고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한 첫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미군은 지난해 6월 관할 파주시와 2003년까지 스토리사격장 내의 사유지를 완전 매수한 뒤 철조망 등 시설공사를 하기로 했으나 이조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공사가 계속될 경우 멧돼지.고라니 등 야생동물들의 서식처가 심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공사의 즉각 중단▶훼손된 산림 원상복구▶스토리사격장 사용 중단 등을 미군측에 촉구했다.

사격장 부지 내 6천평 논.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 조봉연(趙鳳淵.45)씨는 "미군측이 주민들은 물론 파주시 등과도 아무런 협의없이 최근 일주일 새 논밭을 제외한 일대 폭 2~5m.길이 5~10㎞ 구간에서 아름드리 나무를 마구 잘라내고 쇠말뚝을 설치했다"며 "주민들의 영농을 원천 봉쇄한 뒤 사격장을 운영하려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趙씨는 또 "지난 3월 한.미간에 체결한 '사격장 내 사유지를 모두 매수하는 2003년까지 포탄이 떨어지는 피탄지(80만평)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1백15만평)에서 자유로운 출입 영농을 허용한다'는 합의사항도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안창희(安昌熙.35)경기북부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세계적 생태계 보고인 민통선 내 산림지역에서의 이번 불법행위를 계기로 여러 시민단체와 연대해 민통선 내 모든 미군 사격장에 대한 폐쇄 운동을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익진.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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