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부산 영도 크루즈터미널에서 부산을 모항으로 하는 첫 크루즈선인 레전드호에 관광객들이 승선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 지난달 23일 모항인 부산항에 입항한 호화 크루즈선 레전드호(7만t급)는 배에서 사용하는 각종 용품을 부산에서 전혀 구입하지 않았다. 2000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먹을 부식과 음료수도 모두 미국 본사에서 공수해 왔다. 부산은 그저 항해 길에 잠깐 들른 항구에 불과했다.
세계 유수의 호화 크루즈선들이 한국으로 쇄도하고 있다. 세계 크루즈 관광 시장이 카리브해·지중해·동남아권에서 한·중·일의 동북아로 급격히 옮겨오고 있어서다. 그러나 국내 항구엔 실속이 없다. 전용부두 등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고급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할 비즈니스 기반도 약하기 때문이다.
크루즈선이 접안하는 인천항 제1부두가 잡화부두여서 장시간 정박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관광상품이 없어서다. 부산·제주·여수항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산에는 영도에 크루즈 전용부두가 마련됐지만 다운타운과는 한참 떨어져 있어 제 몫을 못하고 있다. 부산항에는 올해 78척의 크루즈선이 15만 명의 외국 관광객을 태우고 찾아올 예정이지만 이틀 이상 머무르는 크루즈는 많지 않다.
2002년 스타크루즈호(말레이시아)가 부산항에 처음 입항할 당시 배정된 부두는 다대포의 원목부두였다. 뙤약볕 아래서 원목더미를 오르내리며 30분 이상 걸어야 했던 승객들이 강하게 불만을 제기, 한동안 크루즈 기항이 뚝 끊기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센토사섬의 중심에 크루즈 전용부두가 있어 5분 이내에 시내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최도석(52) 박사는 “크루즈 유치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승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크루즈 비즈니스가 일어나야 하루라도 더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부산=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