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쿵제, 전쟁을 도모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9면

<준결승전 1국>
○·쿵제 9단 ●·구리 9단

제 2 보

제2보(18~28)=흑▲로 키운 장면에서 백의 앞에 두 길이 나타난다. 네모난 집을 그대로 지어주면 안 되는 법. 깎긴 깎아야 하는데 어느 선에서 깎느냐. 하나는 실전의 18이고 다른 하나는 ‘참고도1’ 백1이다. 박영훈 9단의 표현에 따르면 ‘참고도1’은 “무난한 그림”이고 실전은 “대담한 수법”이다. 한 발이라도 더 들어간 쪽이 대담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실전처럼 “너도 지어라. 나도 짓겠다”는 쪽이 훨씬 대담하다. 서로 깨는 건 타협이고 서로 짓자는 건 ‘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9로 붙여 우하 흑집이 어마어마해졌다. 그럼에도 22까지 꽉 잇고 후수를 감수하는 쿵제의 모습이 더욱 치열하게 다가온다. 백 모양은 더 넓은 만큼 더 허술하다. 쿵제 9단은 상대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심전심일까. 구리 9단은 거의 노타임으로 백진 깊숙이 날아들었다(23). 한데 백이 24로 육박해 왔을 때 구리는 문득 뭔가 살짝 빗나갔음을 느낀다. 흑A는 백B로 나쁘다. 그래서 25쪽으로 붙였는데 이번엔 26, 28의 즉결처분이 날카롭다.

박영훈 9단은 23 대신 ‘참고도2’와 같은 침투가 좀 더 부드러웠다고 말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