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정권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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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정권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는 관측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가 북한의 주요 기관에서 사라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촉발됐다. 대개는 해외 언론의 추측성 보도지만 일부는 근거가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를 일축하고 있다.

◆ 긴장하는 중국=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22일 "지난 9월 중국 본토에서 북한 국경지대로 이동했던 중국군 1개 사단 1만여명이 동절기를 맞기 위해 막사를 짓는 모습이 위성촬영을 통해 확인됐다"면서 "국경 주둔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식통은 "이들 중국군은 국경 전역에 부대별로 분산 배치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통은 또 "중국군의 배치는 당초에는 무더기 탈북자를 차단하겠다는 시위용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북한 내부에서 소요사태 등이 발생할 것에 대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실각 등 급격한 정치적 변화가 발생할 경우 즉각 군대를 투입해 북한에 대한 배타적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동북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권력 균열 조짐=일본 자민당 아베 신조(安倍晋三) 간사장 대리는 지난 21일 후지 TV에 출연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걸고 탈출하려는 북한 체제가 앞으로 존속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김정일)정권 교체 가능성을 계산에 넣고 일본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또 북한의 지인에게서 소식을 들었다는 한국계 미국인 목사 더글러스 신의 말을 인용, "올 가을 북한 동북부의 3개 도시에서 반 김정일 포스터가 붙었다"고 전했다. 또 "휴대전화가 (북한 내) 반정부 활동의 무기가 되고 있다"는 일본 간사이대 이영화 교수의 발언도 보도했다. 외국으로 편지를 보낼 수도 없고, 국제전화도 걸 수 없고, 감시 없이는 외국인과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던 체제에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도통신은 북한이 밀수행위와 국내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국경 인근 지역에서 휴대전화의 사용을 금지시켰다고 22일 보도했다.

홍콩 봉황(鳳凰) 위성TV는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 소식을 전하는 시간이 과거보다 짧아졌고 평양시내 경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고 지난 19일 보도했다. 방송은 "평양시내에서는 현재 차량과 행인에 대한 검문검색이 강화됐다"면서 "이런 현상은 정치상황에 큰 변화가 있을 때만 나타난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코메르산트지는 22일자에서 권력 이양설을 제기했다. 신문은 "후계자로 김정일의 첫 번째 부인 성혜림의 아들인 김정남과 두 번째 부인 고영희의 아들인 김정철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최근 북한체제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관측들이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김 국방위원장이 정상적인 대외활동을 하고 있고 북한 언론들도 찬양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는 등 이상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도쿄.모스크바=강찬호.예영준.유철종 특파원, 서울=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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