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테마여행] 생선회가 있는 시네마천국 '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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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어느새 가을의 끝자락이다. 곱던 단풍 잎들이 하나 둘 떨어지며 계절의 바뀜을 서운해한다. 주초에 내린 비가 겨울을 재촉했나 보다.

달력을 펼쳐 보니 7일은 입동(立冬)이다. 이 계절을 조금이라도 더 잡아둘 수는 없을까. 아쉬움을 간직하고 항도(港都) 부산으로 간다. 아직 가을 정취가 완연한 그곳에서는 한바탕 영화 잔치도 열린다.

올해로 6회째인 부산 국제영화제(http://www.piff.org.051-747-3010)가 9~17일 열린다. 장소는 부산시 중구 남포동 극장가와 해운대구 우2동 부산 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BEXCO) 두곳이다.

60개국 2백2편의 영화가 선보인다. 접하기 어려운 각국의 영화를 감상하고 바다 바람도 쐴 수 있는 기회다. 북적이는 인파에 휩쓸려도 영화가 있어 행복하다면 남포동을 중심으로, 영화보다 여행에 무게 중심을 둔다면 해운대를 거점으로 여행 스케줄을 짜는 게 좋다.

*** 부산영화제 9~17일

◇ 남포동~자갈치시장~태종대=영화를 위해 고생을 감수할 수 있는 매니어들에게는 남포동 중심의 코스를 추천한다.

영화제 기간에 남포동 일대는 극심한 교통체증이 예상되므로 승용차는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는 편이 낫다. 남포동 극장가의 3개 극장 14개관에서 오전 11시에 첫 영화가 시작된다. 마지막 영화 시작은 오후 8시.

영화제 동안 밤낮 없이 영화광들이 극장가를 가득 메워 후끈한 축제 열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말에 이곳에 왔다면 남포동 극장가 인근에서 숙소를 잡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대부분 예약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남포동에서 지하철로 10~20분 거리인 부산역 또는 서면 인근에서는 숙소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남포동 극장가 식당 중에서는 18번 완당집(051-245-0018)과 회국수 할매집(051-246-4741)이 잘 알려져 있다. 1948년부터 한 자리에서 영업 중인 18번 완당집은 분위기가 깔끔하다.

주 메뉴는 완당(3천5백원). 얇은 피(皮)로 빚은 만두가 국물 위에 구름처럼 떠있다. 원래 이름은 운탕(雲蕩)이었다고 한다. 사골.멸치.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이 시원하다.

회국수 할매집은 가족적인 분위기다. U자형의 대형 테이블 하나가 식당을 가득 메우고 있다. 주 메뉴는 홍어회를 넣은 매운 맛의 회국수(3천5백원)다.

남포동 극장가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자갈치 시장이다. 회를 먹을 수 있는 회센터는 오후 9시에 문을 닫는다.

영화 관람 사이에 시간이 남는다면 남포동에서 8, 13, 30번 시내버스를 타고 태종대 유원지(입장료 6백원.051-405-2004)로 가자. 평상시 30분, 정체시 45분 소요.

유원지내 순환열차(편도 1천원,왕복 1천5백원.동절기에는 오후 5시30분까지 운행)를 타면 순환도로를 걸어 올라가는 발품을 덜 수 있다. 공원 입구에서 영도 등대(태종대 전망지점)까지 가는 데 열차로 20분 걸린다.

*** 순환열차 타고 태종대로

전망이 수려한 영도 등대에서는 동쪽으로 오륙도가 보이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남쪽으로 대마도가 보인다. 아침 시간에는 남포동에서 걸어서 용두산 공원에 올라보는 것도 좋다. 전망 타워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는 일본 관광객들, 공원에서 내려다 보이는 부산 영도다리 등 구경거리가 아기자기하다.

◇ 벡스코~해운대~달맞이 언덕=해운대 벡스코(051-740-7300)를 중심으로 구성한 코스다. 개.폐막식이 있는 9.17일을 제외하고는 좌석 4천석의 벡스코에서 한산하고 쾌적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의 영화 상영 시작시간은 오후 1,4,8시다. 가족.친지들과 함께 볼 수 있는 할리우드 히트작.가족 영화를 상영한다. 이 코스 여행은 승용차를 가지고 가도 된다.

숙소는 바다가 가까운 해운대에 잡는 게 좋다. 벡스코까지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개.폐막일을 제외하고는 벡스코 주차장에도 여유가 있다.

해운대에는 숙박비가 5만~6만원대인 중저가 호텔도 많다. 특1급 호텔인 부산 메리어트호텔(051-743-1234)은 영화제 기간에 주중 숙박 상품을 12만원(1박)에 판매한다.

해운대 식당 중에는 30년째 복국을 전문으로 하는 금수 복국(051-742-3600)이 잘 알려져 있다. 복지리 또는 매운탕을 1인분용 뚝배기에 끓여내 오는 게 특징이다. 가격은 7천~1만7천원. 24시간 영업한다.

*** 달맞이언덕 환상 코스

하늘이 붉게 물들 때쯤에는 해운대에서 가까운 달맞이 언덕으로 드라이브를 나가자. 이곳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와우산 위 2㎞ 길이의 도로 위 달맞이 언덕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카페가 30여곳 들어서 있다. 언덕배기의 해월정(海月亭)밑에 상세한 안내판이 있다.

잘 알려진 카페는 유럽풍 목조건물인 알렉산더(051-746-5971). 바다 저편으로 밤바다를 밝히는 오징어잡이 배들을 구경할 수 있다. 주 메뉴는 튀긴 왕새우를 얹은 안심 스테이크(2만5천원).

식사 뒤에는, 공짜로 주는 토스트 맛이 일품인 꼬마 갤러리아(051-747-6301)에서 커피(비엔나커피가 5천5백원) 한잔을 마시며 피로를 풀면 좋을 듯하다.

◇ 영화 관람을 위한 쪽지=6일 현재 부산 국제영화제 영화표 16만장 중 11만장이 팔린 상태다. 출발 전 영화제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영화 스케줄을 꼼꼼히 보고 표를 예약해서 가는 것이 좋다.

관람료는 한편에 5천원. 위 두 코스의 중심인 해운대에서 남포동을 오가려면 좌석버스 2001번, 302번, 일반버스 139번을 타면 된다. 소요 시간은 50분~1시간.

부산=글.성시윤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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