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언니들 미안해요" 박지은 스킨스여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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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오빠, 나이스샷."

박세리(24.삼성전자)가 2백50m가 넘는 드라이버샷을 잇따라 날리자 1년 선배인 강수연(25.아스트라)이 "너 남자처럼 공을 때린다"며 농담을 건넨다.

박세리는 김미현(24.KTF)의 어깨에 기댄 채 자신의 퍼트 순서를 기다리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수다를 떨었다. 버디를 노린 강수연의 퍼트가 빗나가자 한 갤러리가 큰소리로 "OK"를 외쳐 그린 주변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LPGA 투어가 제주도로 나들이 온 것 같았다. 박지은(22.이화여대)과 박세리가 뿜어내는 호쾌한 티샷과 김미현과 강수연의 정교한 쇼트게임에 4백여명의 갤러리는 비를 맞으면서도 아낌없는 박수를 쏟아냈다.

가장 돋보인 선수는 막내 박지은이었다. 국내 팬들에게 첫선을 보인 박선수는 5일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파72.5천7백48m)에서 열린 CJ 나인브릿지 스킨스게임(총상금 8천만원)에서 총 9개의 스킨을 따내 4천3백만원의 상금을 받아 '스킨스의 여왕'에 올랐다.

LPGA 투어에서 로라 데이비스(영국)와 장타에서 어깨를 겨루는 박선수의 샷은 때맞춰 내린 빗속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박선수는 4번홀까지 드라이버샷이 흔들려 게임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으나 2백만원이 걸린 5번홀(파4.3백25m)에서 1.5m 버디퍼트를 넣어 첫 스킨을 차지한 뒤 샷 감이 살아났다.

박선수는 8번홀부터 4개의 스킨이 쌓여 1천7백만원이 모인 11번홀(파4.3백52m)과 역시 4개의 스킨이 모인 15번홀(파4.3백43m)에서 장타 후 피칭으로 그린을 공략, 버디를 잡으며 거금을 손에 쥐었다.

박세리는 전반적인 경기 내용에서 두각을 보였다. 박세리는 7번홀까지 5개의 스킨을 차지하며 독주했지만 큰 판을 박지은에게 내준 탓에 6개의 스킨(2천1백만원)을 따내 2위에 그쳤다.

강수연은 2개의 스킨(1천4백50만원), 김미현은 1개의 스킨(1백50만원)을 각각 차지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경기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자주 이런 기회를 갖고 싶다"고 했다.

선수들은 상금액의 20%를 불우이웃돕기에 써달라며 제주시에 기탁했다.

제주=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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