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대선 오르테가 초반 열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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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4일 실시된 중미 니카라과의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 자유헌법당(LCP)의 엔리케 볼라노스(73) 후보가 좌파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의 다니엘 오르테가(55)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5일 오전(현지시간)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중간개표 결과 볼라노스 후보가 53.03%의 득표율을 기록, 45.35%에 그친 오르테가 후보를 8%포인트 앞섰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은 소모사 정권의 43년 독재체제를 1979년에 좌익 혁명으로 무너뜨렸던 오르테가의 재집권 여부였다. 그는 84년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직선제로 바뀐 90년과 96년엔 내리 패배했다.

오르테가는 과격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이번엔 군복 대신 분홍색 셔츠를 입고 선거운동을 다녔다. 오르테가는 "80년대에 자산이 몰수된 미국 기업은 보상하겠다"며 미국에 유화 제스처도 보냈다.

볼라노스 후보는 미국의 세인트 루이스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인으로 일해왔으며 현 정권의 자유시장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약했다. 니카라과의 국내 정치에 미국은 항상 큰 영향을 끼쳐왔다.

36년 소모사의 쿠데타를 지원하고, 오르테가를 축출하기 위해 4만명이 희생된 80년대의 내전 때 콘트라스 반군을 지원한 것도 미국이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오르테가는 시민의 자유를 짓밟았으며 테러 세력과도 연계돼 있다"고 말해 그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내보였다.

볼라노스 후보에게 주어진 과제는 경제다. 현정권이 최근 3년간 경제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국민의 70%는 여전히 빈곤에 허덕이고 있으며 인구(4백80만명)의 53%가 실업자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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