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마라톤 단체 참가팀] 73세 상이군인 '목발 마라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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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잠실벌을 달리기 위해 휴가를 받아 왔지요."

자칭 '마라톤 중독자'라는 재미동포 양현묵(梁鉉默.55.캘리포니아주 거주)씨는 지난달 19일 오로지 모국땅에서 힘차게 뛰어보고 싶어 한국에 왔다.

LA 제록스사 엔지니어인 그는 휴가 일정을 조정, 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미국에 남겨두고 함께 입국한 부인의 응원을 받으며 4일 하프코스를 달렸다.

梁씨의 '마라톤 사랑'은 미국으로 이민한 1987년에 시작됐다. 아침마다 동네를 한바퀴씩 돌며 크고 작은 마라톤대회에 참가해온 그는 99년 시카고 대회에서 3시간46분에 첫 풀코스 완주를 한 것을 시작으로 10여차례 풀코스 완주 기록을 세웠다.

마라톤이 좋아 98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제프 게러웨이의 저서를 한글로 번역, 『마라톤』(조원문화사)을 출간하기도 했다.

73세인 차춘성씨는 6.25 참전 당시 박격포 파편에 맞아 오른쪽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 출신.

그러나 81년 시작한 마라톤에 대한 애착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매일 목발을 짚고 8㎞를 달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다.

눈.비가 와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으며 지난 20여년간 참가한 대회만도 2백여개. 그는 "나 같은 사람도 얼마든지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모든 상이군인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손민호.이철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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