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중국 경제 대장정] 그런 기술 중국도 있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그런 기술이라면 우리도 있어요."

지난달 20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벤처기업 교류회에서 한 한국 기업가는 독자 개발한 기술을 중국측에 자랑스레 설명하다 그만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그는 버스 안에 액정화면표시장치(LCD)를 부착한 뒤 인공위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동영상 광고를 내보내는 기술을 가져 왔는데 이미 중국에서도 개발된 것이란 얘기에 할 말이 없어진 것이다.

지난 9월 초 중관춘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ZTG도 요즘 이런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 이 회사 윤태석(尹泰碩)이사는 "IT분야는 중국보다 앞섰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와보니 별로 수준 차이가 없더라"며 "이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상당수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선 한국 IT업체의 '중관춘 생존율'이 후하게 봐도 10% 아래쪽일 것이란 얘기까지 나돈다.

그렇다고 중관춘 진출 길이 모두 막힌 것은 아니다. 중관춘기술거래센터 후웨이(胡偉)투자부장은 "한국 기업이 앞서 있는 분야를 집중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은 지능형 교통통제시스템(ITS)의 개발이 시급한데 한국은 중국이 벤치마킹하기에 가장 적합한 국가라는 것이다. 이밖에 게임.교육 콘텐츠와 부호분할 다중접속(CDMA)방식 통신기기와 주변 부품 등도 유망한 분야라고 胡부장은 꼽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