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금리인하 약발' 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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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금리를 내리면 주가가 오른다"는 말은 주식투자의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이 등식이 점차 깨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들어 아홉차례에 걸쳐 6.5%였던 미 연방기금 금리를 2.5%로 낮췄다. 한국은행도 올들어 네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5.25%에서 4%로 내렸다.

그러나 이같은 공격적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중앙일보와 신한증권이 올 들어 미 금리인하 이후 미 증시의 주요 지수 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아홉차례의 금리인하 조치 가운데 한달 이후(거래일수로는 20일 후)지수가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른 경우는 1월과 4월 단 두차례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한은의 콜금리 인하 발표 뒤에는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증권의 김학균 연구원은 "금리인하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투자자들은 금리보다는 경제와 기업의 내재가치(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춰 투자종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떨어지는 금리인하의 약발=미 FRB가 금리를 인하한 뒤 나스닥지수가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지난 1월로 한달 뒤 20.98%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때 다우지수는 금리인하 조치 당일 2.81% 올랐다가 그 뒤 상승률이 점차 둔화돼 한달 뒤엔 2.27%를 기록했다.

그러나 두번째로 금리를 인하했을 때(1월 31일) 나스닥지수는 발표 당일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한달 뒤엔 하락률이 마이너스 24%를 웃돌았다.

그후 일곱차례의 금리인하 가운데 다우지수나 나스닥지수가 한달 뒤 모두 오른 경우는 4차와 5차때뿐이었다. 나머지는 주가지수가 금리하락 발표 이전보다 떨어졌다.

가장 최근의 금리인하(9차.10월 2일)의 다우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3.2%와 12.6%씩 올랐다. 그러나 이는 테러사건 이후 지나치게 컸던 낙폭을 회복하는 정도에 그쳤을 뿐, 금리인하로 주가가 올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경우 금리인하 효과가 더욱 적었다. 지난 2월부터 네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콜금리 인하 발표 이후 한달 뒤 종합지수와 코스닥지수가 모두 오른 경우는 단 한차례에 지나지 않았다.

첫 금리인하의 경우 한달 뒤 종합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1.81% 및 1.59%씩 하락했다. 또 2차와 3차 금리인하의 경우 코스닥지수가 한달 뒤 금리인하 직전보다 각각 10% 이상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왜 그런가=전문가들은 "이제 시장은 금리인하 자체보다는 금리인하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실물부문에서의 개선효과를 바라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여기엔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가 좀처럼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이른바 '학습효과'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금리인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보통 6개월~1년 정도 이후 나타난다.

하지만 한.미 두 나라 모두 올초 금리인하 효과가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투증권 한정희 연구원은 "최근의 미국 금리인하 정책은 소비를 일부 진작시켰을 뿐 IT산업의 공급과다로 인한 생산부문 침체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봉수.김용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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