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어머니만 알아본 노주현 가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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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주말섹션 'week&'에 인기리에 연재됐던 '소곤소곤 연예가'를 이번주부터 방송면에 싣습니다. 이현주 방송작가가 TV 밖 스타의 진면목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 작가는 현재 오락 프로그램 '비타민'과 '스타 골든벨'(KBS2)에서 활동 중입니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위해 가발을 쓰고 벗는 것쯤이야 방송작가가 밤샌 다음날 모자 쓰고 출근하는 것보다 더 흔한 일이지만, 얼마 전 탤런트 이덕화는 "드라마 속 역할을 위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가발을 벗을 수도 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그가 가발을 벗어 화제가 됐다면, 여기 난생처음 가발을 써서 해프닝이 생긴 또 다른 배우가 있다. 바로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진 모습 보인 적 없는 영원한 젠틀맨, 노주현!

노주현은 최근 영화 '잠복근무'촬영을 위해 앞머리에 부분가발을 맞췄다. 그런데 이 촬영용 가발이라는 것이 그냥 머리 위에 얹기만 하는 것이 아닌지라, 쓰고 벗는 데도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며칠 전, 20여명 정도가 되는 큰 가족모임이 있었어요. 영화촬영을 하고 시간이 없어서 그냥 가발을 쓰고 갔는데 요즘 가발기술이 어찌나 정교한지 친척들은 그렇다 치고 아내도 감쪽같이 모르더라고요."

그런데 며칠 후. 어머니 집에 들른 금지옥엽 막내아들 노주현은 그만 어머니 말씀에 목이 메고 말았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외출하고 돌아오실 때 멀리서부터 두 팔 벌려 뛰어오셨어요. 저 안아주시려고. 삼 남매 중의 막내인 저를 유난히도 예뻐하셨죠. 어머니께서 올해로 88세 되셨는데 아직도 찾아뵈면 두 손이 먼저 반가워하십니다. 그런데 그날은 약간 서운해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왜 가발을 벗고 왔느냐고…."

누구보다 아들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채셨던 그의 어머니.

아흔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흐릿한 눈에도 막내아들의 풍성한 머리숱이 좋아 보인 것이었다. 아들의 나이 들어가는 것이 마음 쓰이셨던 어머니에게 그날 가발의 빈자리가 유난히 커 보였던 모양이다.

"가슴이 뭉클하더이다. 내 머리카락 한 올도 소중하신 분. 어머니는 영원히 어머니이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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