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장기투자 개념 대학 육성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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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1월은 육림(숲 가꾸기)의 달이다. 빽빽이 들어차 서로간의 경쟁에 의해 뒤틀리고 구부러진 나무들보다는 미래목(elite tree) 위주로 지속적으로 가꾸는 것이 육림의 원칙이다. 이렇게 해야 양질의 목재를 생산할 수 있다.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학교육에도 이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우량 대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육성하자는 것이다. 한국에는 놀랍게도 3백72개의 대학이 있다.

어린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산림은 개별 나무가 제대로 자라기 어렵고,작은 불씨에도 대형 산불이 나는 등 외부의 압력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낮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우후죽순처럼 마구잡이로 설립.운영되면 갖가지 비리가 끊이지 않고 교육시설에 대한 투자도 충분하지 못하게 된다. 자연히 우수한 학생들을 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1636년 설립된 미국의 하버드 대학이나 1249년 설립된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이 명문대학이 된 것은 정부가 미래목처럼 꾸준히 투자하고 집중적으로 가꾼 결과다. 일본의 도쿄(東京)대도 1백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세계 굴지의 대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우리도 하루 빨리 중심대학을 육성해야 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해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일회성의 단기적인 투자로 성과를 기대해선 안된다. 숲을 가꾸듯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름다운 숲을 만드는 일이나 우수한 교육을 실현하는 일은 똑같이 국가의 백년대계다.

이돈구 <서울대 교수 산림자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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