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은행권 낮은 이자대신 고급 서비스 혜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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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은행이 보내준 고급 취향의 월간 잡지를 보며, 은행 경매를 통해 산 고급 와인을 마신다. 거실엔 은행이 제공한 정보로 수집한 미술작품이 걸려 있다.

나이가 찬 자녀의 중매를 은행에 맡긴다. 정기적으로 종합 건강진단을 무료로 받는다. 거액 예금주들이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은행들이 VIP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리를 높게 주기 어렵자 고객의 고급스런 입맛을 충족시켜 부유층 손님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매달 VIP고객 1만명에게 '클럽 리슈'라는 고급스런 잡지를 보내준다. 리슈는 부유하다는 뜻의 불어다.

남성용과 여성용을 따로 만들어 각각의 취향에 맞는 기사를 싣는다. 고객들을 골프 클리닉으로 모시고, 보석 감정 설명회에 초청한 뒤 내용을 잡지에 소개하기도 한다.

창립기념일 등에는 최상위 고객에게 건강검진권.호텔 패키지상품 이용권.공연 티켓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 개인고객부의 서춘석 팀장은 "VIP고객을 한번 유치하면 은행을 떠나지 못하도록 고객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려 한다"고 말한다.

徐팀장은 "앞으로 개인 고객들도 지금처럼 복수의 은행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처럼 주거래은행을 정해 거래하는 시대가 온다"며 "저금리 시대인 만큼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미술작품이라는 문화상품과 정기예금이라는 은행상품을 결합한 신상품 '하나아트(ART)클럽 정기예금'을 내놨다.

최저 가입금액이 2천만원으로 미술에 관심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가입자는 하나은행이 제휴한 국내 최초의 미술품 경매업체인 ㈜ 서울옥션에서 미술작품과 관련한 서비스를 받는다.

미술품 경매정보를 무료로 제공받고, 각종 전시회.이벤트.세미나 등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가나아트센터를 이용할 때엔 10~20%의 할인혜택을 받는다.

유럽 등 선진 금융기관들이 일반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금융서비스와 미술작품 투자관련 서비스를 결합한 아트뱅킹(Art Banking)을 국내에 도입한 것이다.

아트뱅킹은 미술작품 투자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보를 제공해 고객의 문화적 욕구와 금융상품을 통한 재테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한다.

더 나아가 미술품 투자에 의한 추가수익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미술품 시장을 은행을 통해 쉽고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수십만원짜리 고급 와인을 경매하고 와인 정보를 교류하는 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이 은행은 또 VIP고객 자녀의 결혼도 중매한다.

사내 통신망에 우리 지점 고객 자녀 중 괜찮은 사람이 있다는 정보를 띄우면 다른 지점에서 알맞은 상대를 찾아주는 식이다.

한미은행은 예금이 5억원을 넘는 VIP고객에게 무료 종합건강검진을 해준다. 지금까지 8백여명이 검진을 받았는데, 최근 두 명의 고객이 암을 조기 발견했다.

이 은행은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총이익금의 5%를 이런저런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돌려주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김희철 PB(Private Banking)팀장은 "개인재산을 종합관리하는 PB 담당자들이 다양한 서비스에 관여하다 보니 마치 귀족의 집사 같다는 농담을 한다"며 "최근엔 한 VIP 고객이 PB 담당자에게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연락해와 영안실을 섭외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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