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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10대 성형수술 … 예뻐지려 칼 댔다가 미운 흉터 남을 수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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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의 S여고 3학년 한 반 32명 중 5명이 눈 성형수술을 받았다. 이 학교 3년생 곽모(18)양은 “얼굴이 크지 않은데 코가 너무 커 크기와 볼을 줄이는 수술을 고2 여름방학 때 받았다”고 말했다. 곽양은 또 “수술비가 180만원 나와 이 중 일부를 부모님께 갚기 위해 수술 후 석 달간 피잣집에서 일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선 방학 전 성형외과 홍보 전단이 나돌기도 했다. “친구를 데려오면 ○○% 할인해 주겠다”는 솔깃한 문구도 들어 있었다.

“V라인 원하는데 … ” 요구도 구체적

대전 J여고 3년생 김모(18) 양은 고2 여름방학 때 코와 눈을 동시에 고쳤다. 수술비 450만원을 벌기 위해 서점에서 ‘알바’를 했다. 김양은 코 성형을 받기 전에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여기서 상담을 받고 성형 후 자신의 가상 모습을 본 것이 성형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

10대들이 성형 정보를 얻는 곳은 주로 인터넷의 성형전문 카페다. ‘네이버 카페’ 가운데 코 성형 부문 1위 카페인 ‘코사랑’ 의 경우 2009년 12월 현재 회원 수가 9만1314명이다. 이 중 10대 가입자는 21.3%(1만9178명).

‘코사랑’ 카페 운영자 ‘코스타(닉네임)’는 “연예인 성형 고백 등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는 많게는 400개까지 게시글이 올라오며, 이 중 30%는 10대”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 Q성형외과 조모 상담실장의 3월 ‘상담일지’엔 요즘 10대들의 성형에 대한 생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사진을 올려놓았으니) 견적을 뽑아달라.” “구○○가 거기서 했나요?” “한○○ V라인 원하는데, 그녀도 수술한 턱인가요?” 등. 조 실장은 “10대들의 성형에 대한 인식이 너무 가볍고 용감하다”며 “주로 눈·코·얼굴 윤곽 상담이 많다”고 말했다.

쌍꺼풀 수술 뒤엔 절개부위 흔적 남아

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 이종원 교수는 “TV에서 연예인들이 나와 성형 고백을 자랑처럼 늘어놓으면서 10대들의 성형 문턱이 낮아졌다”며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나이에 성형을 하면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김모(16·경기도 안양)양이 대표적인 사례. 김양은 중1 겨울방학 때 쌍꺼풀 수술(눈 앞트임·뒤트임 함께)을 받았다. 작은 눈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김양은 성형 후 새로 태어난 듯 기뻤다. 그러나 지금은 되돌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눈에 눈곱이 낀 듯한 흔적이 남아서다. 눈 주변이 자라면서 절개 부위 흉터가 튀어나와 학교 갈 때 메이크업을 해야 할 정도다.

김양은 “학생이 화장을 하고 다니느냐”는 선생님의 꾸지람과 “눈곱이나 떼고 다니라”는 친구들의 핀잔에 학교 가기가 두렵다고 했다.

올해 수도권 K대학에 합격한 최모(18·경기도 부천)양은 고2 때인 2008년 7월 좋아하던 연예인 사진 한 장 들고 가서 눈·코 성형수술을 받았다. 수술만 받게 해주면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엄마를 설득했다. 그러나 최양은 지난달 12일 성형수술을 다시 받았다. 자신이 닮고자 했던 연예인에 대한 이미지가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양은 “지금은 (연예인) ○○의 얼굴만 봐도 짜증이 난다”며 “내 미니 홈페이지 사진을 본 친구들이 ‘100m ○○○’라는 댓글을 달아 놓으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서울 레알성형외과 김수신 원장은 “10대 때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미적 기준이 자주 바뀐다”며 “성형 뒤 가치관의 혼란은 외적인 부작용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예인 따라 했다가 유행 지나면 후회

[중앙포토]

10대 성형은 정신적인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서울 아이디병원 박상훈 원장은 “성형 문제로 부모와 심한 갈등을 겪거나 심지어 성형을 시켜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부모를 협박한 고1 남학생도 봤다”고 말했다.

10대의 성형에서 연예인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박 원장은 “요즘엔 연예인 황정음이 대세”이나 “6개월 전엔 황씨처럼 외모가 바뀌기를 바라는 10대는 한 명도 없었던 걸 보면 성형도 유행을 탄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유행이 지나면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코뼈 다 자라기 전 성형 땐 비염 생길수도

쌍꺼풀 수술은 간단하게 여기기 쉬우나 피부 절개까지 필요한 수술이라면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어릴 때 앞트임이나 뒤트임을 하면 얼굴이 자라면서 흉터가 남을 수 있다.

연골과 뼈가 다 자라기 전에 코 성형을 받으면 코가 비틀리면서 모양이 이상해지거나, 호흡곤란·비염이 생길 수 있다. 또 사춘기에 사각턱·양악수술(주걱턱·돌출입·안면비대층, 흔히 얼굴을 작게 하는 수술로 통한다)을 받으면 수술 후 턱이 자라 다시 길어지고, 치아 교합이 다시 흐트러질 수도 있다. 코·사각턱·주걱턱 수술을 받기 전에 손목 X선 검사를 통해 성장판이 완전히 닫혔는지 확인하는 것은 이래서다.

기본적으로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은 사춘기를 보낸 뒤에 받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비중격만곡증(콧구멍을 둘로 나누는 벽인 비중격이 휜 상태)이 있어 코 막힘·학습장애가 생기거나 안검내반(속눈썹이 눈을 찌른다) 탓에 시력이 나빠지는 등 신체 기능상 이상이 있을 때는 나이와 상관없이 성형수술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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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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