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당· 정· 청와대 다 바꿔라" 쇄신 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에서 당정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가 10.25 재.보선 참패의 수습방안과 관련해 '정기국회 이후'에 당정개편을 할 뜻을 시사하자 우선 당내의 초.재선들이 반발하고 있다.

◇ 급류 타는 '선(先)쇄신론'=재야 출신이 주축인 열린정치포럼(회장 林采正의원)은 29일 13명의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모임을 가졌다.

세시간의 토론을 마치고 林의원은 "당이 비상사태인데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결의가 필요하다"며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 전당대회론(차기 후보를 뽑아 위기를 극복하자는 주장)이 있으나 우리는 '선 쇄신.후 전대론'으로 요약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정동영.김근태 최고위원과 장영달.배기선.임종석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당.정.청을 쇄신하고 전당대회 문제로 가야 한다"며 "쇄신시기는 시간을 정해 한꺼번에 하기보다 가능한 것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기국회에서 내년 예산안과 개혁입법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뒤 당정개편을 할 수 있다는 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동교동계 김옥두 의원은 "당이 단합해 정기국회를 잘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진의원 모임인 '여의도정담'과 초선 모임인 '새벽21'도 31일 모임을 열고 '선 쇄신론'을 촉구할 계획이다. '여의도정담'의 조순형(5선)의원은 "정기국회 일정과 관계없이 전면쇄신을 해야 한다"며 "총리.청와대 비서실장은 물론 당 대표도 쇄신대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벽21'의 한 회원은 "현 난국을 초래한 문제의 인사들을 실명(實名)으로 거론해 퇴진을 요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중도개혁포럼(회장 鄭均桓의원)은 29일 오후 80여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국민이 원하는 근본적인 인사쇄신▶국정쇄신기구 설치 등을 金대통령에게 건의키로 했다.다만 당정개편 시기는 金대통령에게 일임키로 했다.

◇ 의견 엇갈린 지도부=한광옥 대표가 주재한 확대간부회의에선 당정쇄신과 조기전대론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인제.노무현 최고위원은 '선 쇄신론'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장관 임기가 4~5개월밖에 안되면 우습게 된다"(노무현 위원), "인적쇄신은 늘 하는 것인데 당내의 내분과 공격으로 단합이 훼손돼선 안된다"(이인제 위원)고 주장했다.

이상수 총무는 "인적쇄신의 기회를 놓친 만큼 국민에게 감동을 주려면 차기 후보를 조기에 가시화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반면 청와대 비서실장과 당 대표를 지낸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은 "민심에 맞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선 쇄신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양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