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범 동국대 명예교수 컴퓨터 그림 전시회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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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인도철학의 대가인 원의범(元義範.80)동국대 명예교수가 '디지털 화가'로 변신했다.

元명예교수는 지난 26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로운 PC 운영체제인 '윈도XP'출시 기념식이 열린 서울 힐튼호텔에서 '80에 그리는 그리움'이라는 이색 전시회를 열었다. 이 호텔의 지하 1층에서 지상 1층에 이르는 계단에 전시된 그의 작품은 붓과 그림이 아니라 윈도 95/98 보조프로그램인 '그림판'을 이용해 그린 것.

그는 "사람들이 정말 '그림판'으로 그린 것이냐고 물으면서 감탄할 때 가장 기뻤다"며 "이제 컴퓨터 보조프로그램도 '낙서판'이 아니라 '작품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元명예교수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취미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눈앞에 종이만 보이면 그림을 그리며 화가를 꿈꿨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철학을 전공해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가 됐다. 그러면서도 틈만 나면 이면지에 스케치를 하곤 했다. 그는 15년 전 정년퇴직한 뒤 그림에 관심을 더 쏟았다. 98년 윈도 '그림판'프로그램을 만나면서 디지털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종이에 사인펜이나 붓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도 고칠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아들에게 '뭐 좋은 게 없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림판'을 권하더군요."

그 뒤 일주일에 2~3일씩 밤새우며 작품을 만드는 데 매달렸다. 이젠 웬만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컴퓨터 실력도 수준급이 됐다. 이렇게 3년 동안 쉴 새 없이 그린 그림이 84편에 달한다.

"처음엔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려니 참 어색했어요. 하지만 쉽게 고칠 수 있고 원하는 색상도 맘대로 넣을 수 있어 좋았죠."

元명예교수는 99년 불교학 전문서적이 아닌 『사람은 생각 실린 그림』이라는 잠언집을 파격적으로 펴내 화제를 뿌렸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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