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보험 '감독 안받고 겸업' 불공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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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체국보험과 농협.수협.신협의 공제사업 등 이른바 '유사보험'에 대해 독일계 알리안츠제일생명이 민간 보험사와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불공정행위라며 재정경제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유사보험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태양.고려.BYC.국제 등 4개 생명보험사의 퇴출 이후 급신장, 시장 점유율이 97년 14.5%에서 지난해 26.7%로 높아졌다.

◇ 생보업계 논리=알리안츠제일생명은 유사보험 취급기관이 금융감독기관의 재무 건전성 규제나 통제는 물론 새로운 상품에 대한 인가.승인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자산을 운용하고 상품도 자유로이 팔 수 있어 불공정한 경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민간 보험은 보험사가 파산할 경우 5천만원까지만 지급을 보장하는데 유사보험은 정부가 사실상 전액을 지급 보장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현행 금융감독 규정상 겸업(兼業)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들 기관은 은행.보험업을 사실상 같이 하며, 법인세 면제 등 세제감면 혜택이 있는 것도 시정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 유사보험 업계 주장=유사보험은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싼 편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 우체국보험의 경우 우체국을 영업점으로 활용하면서 보험의 60% 이상을 보험설계사가 아닌 집배원이나 일반 직원이 유치하기 때문에 사업비가 적게 들어 보험료가 10% 정도 낮다.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체국보험은 민간 보험사의 손길이 못미치는 도시 영세민과 농어촌 주민을 상대로 하며, 최고 보상금이 4천만원이라서 민간 보험상품과는 보완 관계"라며 "일본에선 우체국보험에 해당하는 간이보험의 시장점유율이 50%도 넘는다"고 주장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유사보험은 농어촌 등 벽지 주민의 저축수단으로 마련한 것인데 의미가 퇴색된 감이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민간보험과 형평성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성태 교수는 "유사보험은 정경(政經)분리의 법 정신에 어긋나므로 장기적으로 민영화해야 한다"며 "우선 보험업법에 따른 감독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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