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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저테러 확률 복권 1등보다 낮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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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길거리에 흰가루가 있어요.""집으로 수상한 소포가 배달됐어요."

한국화이자 제약에 배달된 미국 뉴욕발 우편물에서 발견된 백색가루가 탄저균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뒤에도 신고가 계속되는 등 백색가루 과민반응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탄저 테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특히 탄저균이 길거리 등에 살포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곳곳에서 소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단순한 불안 때문에 빚어지는 해프닝에 머물지 않고 모방행위에 허위.장난신고까지 잇따라 사회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 과민 반응, 허위 신고=경찰과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한국화이자 사태가 벌어진 26일 이후 이틀 동안에만 전국적으로 66건의 백색가루 신고가 접수되는 등 지금까지 총 7백건을 넘었다.

국립보건원은 이중 1백58건에 대해 세균배양 검사를 실시한 결과 검사가 끝난 1백43건은 모두 탄저균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신고의 대부분은 막연한 불안감에 따른 것이지만 장난과 허위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6일 충북 제천시 청전동 상한아파트 공동 우편함에선 '오사마 라덴'을 영문으로 적고 수신인을 '응징받을 놈'이라고 기재한 장난 편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또 이날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 집앞에 밀가루가 뿌려져 한시간여 동안 출입이 통제됐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편지를 이용한 장난도 적지않게 발생하면서 국내 우편물도 개봉조차 하지 않은 채 신고하는 경우도 매일 한두 건씩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 희박한 테러가능성=전문가들은 탄저균 테러에 대해 우리 국민이 지나치게 공포심을 갖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한다.

보건원 이종구 과장은 "노출된 장소에 탄저균 분말을 살포하면 테러범이 먼저 감염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길거리 살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국내에서 탄저균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은 복권 1등 당첨 확률보다도 낮다"고 말했다.

李과장은 또 탄저균은 공기 중에 날려야 치명적인 탄저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봉투 안에 든 탄저균은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양대 의대 최보율 (예방의학) 교수도 "탄저균 테러는 테러 자체보다 테러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과 그에 따른 혼란이 더 문제"라며 "최근 국내 상황이 그런 경우"라고 말했다.

◇ 강력 대응키로=정부는 생화학 테러 우려에 편승한 장난 및 허위 신고 등을 엄단할 방침이다. 정부 대테러총괄대책반 관계자는 "허위 신고 등을 막기 위해 현재 제정을 추진 중인 테러방지법에 장난 및 허위신고 금지조항을 포함시키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히 처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태균.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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